박찬주 대장 '징계' 대신 '형사입건'한 이유 "軍서열 3위라서…"

입력 2017-08-04 17:34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박 대장에 대해 '징계' 대신 '형사입건'을 택했다. 군검찰의 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국방부는 4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해야 했던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 중 하나는 "박 대장을 징계하려면 징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국방부는 형사입건 배경을 설명하며 ①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고 ②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며 ③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찬주 대장은 4성 장군이다. 장성을 징계하려면 3명의 징계위원이 필요한데 징계위에 참여할 수 있는 박 대장의 선임자가 2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장은 육·해·공 전 군을 통틀어 4성 장군 가운데 최고 선임자 그룹에 속한다. 현재 군에서 그보다 '고참'은 이순진 합참의장과 장준규 육군참모총장밖에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찬주 대장은 육군을 넘어 전 군에서 서열 3위"라고 말했다. 

박찬주 대장을 징계하려면 '3인 징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그러려면 박 대장보다 선임자 3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2명뿐이어서 징계 절차를 밟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징계 대신 형사 처분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정도 작용했다"며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군은 이날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사령관의 갑질 의혹을 상당부분 인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군에서 공관병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이제 박 사령관을 피의자로 형사입건해 수사에 착수한다. 박 사령관 부인 전모씨는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필요할 경우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국방부 측은 “박 사령관에게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추가적인 사실이 나올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직 육군 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것은 2004년 공금 횡령 등 혐의로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입건된 이후 두 번째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갑질’ 가운데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 벨(전자팔찌) 착용과 칼로 도마를 내리친 것,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내게 한 것, 골프공 줍기 등은 양측의 진술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군 복무중인 박 사령관 아들의 휴가시 사령관 개인소유 차량을 운전부사관이 운전한 의혹과 공관병들에게 텃밭농사를 시킨 것도 양측 진술이 같았다.

박 사령관 부인이 공관병 부모를 모욕한 것과 전을 집어던진 것, 아들의 빨래를 시킨 것은 부인과 병사들의 진술이 엇갈렸으나 국방부는 다수 병사들의 진술이 일치해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공관병의 자살 시도와 일반전초(GOP) 철책근무체험, 박 사령관이 자신의 부인을 ‘여단장급’이라고 지칭한 부분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 주장과 언론보도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 지시로 지난 1일부터 박 사령관 부부와 공관병 6명, 공관장, 운전부사관, 박 사령관의 참모차장 재직시 부관 등 10여명을 대상으로 사실여부를 조사했다. 육군은 90개 공관(관사)에 근무하는 공관병 100여명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등 실태를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