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70대 남성이 동네 인근에서 주운 쓰레기 20t을 집에 쌓아놓고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인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노인의 쓰레기 수집이 계속되자 해당 구청과 인근 군부대 장병들까지 나서 대청소를 실시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남구에 사는 A씨(73)는 10여년전 퇴직할 때만 해도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퇴직 이후 A씨의 이상행동이 시작됐다. 그는 인근 주민들이 버린 물건들을 하나둘씩 가져왔다. A씨가 사는 방 2칸짜리 빌라는 금새 이런 쓰레기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집이 쓰레기로 넘쳐나자 보다 못한 A씨 딸들이 수백만원을 들여 집을 청소한 적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쓰레기를 주워모았고, 잠잘 공간마저 부족해지자 빌라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자포자기 상태였던 A씨 가족들은 결국 부산 남구청에 도움을 청했다. 지난달 중순 남구청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해군작전사령부 장병 등 40여명이 A씨 집을 찾았고, 대청소에 나섰다. A씨의 집에서 수거된 쓰레기 무게만 무려 20t에 달했다.
A씨의 행동은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으로 불린다. 쓰레기와 불필요한 물건을 장기간 집안에 방치하기 때문에 악취가 생기는 등 생활환경이 나빠져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산 남구는 지난 5월부터 이런 저장강박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청소와 정신과 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