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건희)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공교로운 '말실수'

입력 2017-08-04 14:07 수정 2017-08-04 14:39
(사진=더팩트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투병 중인 삼성서울병원 20층 병실을 촬영했다며 인터넷매체 ‘더팩트’가 2015년 2일 공개한 사진. 이 회장이 스스로 호흡하는 ‘자발호흡’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진술하면서 "회장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과의 공판에서였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지난해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3차 독대 내용을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홍 회장이 외삼촌 아니냐, 중앙일보 자회사 JTBC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JTBC 문제로 화를 냈을 때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보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누구와 어떻게 내 얘기를 하고 다니는 줄 모를 것 같나. (홍 전 회장이) 정치에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 것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던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방청객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은 10일 밤10시56분께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11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로비에서 시민들이 이 회장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이건희 회장은 심근경색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한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삼성그룹은 당시 이 회장의 상태가 호전돼 회복중이라고 밝혔지만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기도 확보를 위한 기관지 삽입을 한 상태에서 삼성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상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말실수'를 한 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이었다. 한겨레는 1일 "3년 전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양호하다.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이건희 회장이 "침대에만 누워 있지 않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줄곧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