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진술하면서 "회장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과의 공판에서였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지난해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3차 독대 내용을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홍 회장이 외삼촌 아니냐, 중앙일보 자회사 JTBC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JTBC 문제로 화를 냈을 때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보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누구와 어떻게 내 얘기를 하고 다니는 줄 모를 것 같나. (홍 전 회장이) 정치에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 것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던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방청객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말실수'를 한 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이었다. 한겨레는 1일 "3년 전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양호하다.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이건희 회장이 "침대에만 누워 있지 않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줄곧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