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당 “댓글공작 일벌백계”…한국당 “물타기 의심”

입력 2017-08-04 11:18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3500명을 동원해 '댓글부대' 30개팀을 운영했다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발표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일제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제 잃어버린 시간 보상받을 때"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제기됐던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 일부가 밝혀졌다. 국정원이 ‘민간 여론조작팀’을 가동해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했고, 한 해 예산만 30억원을 썼으며, 특수활동비를 활용해 MB정권에 도움이 될 만한 광범위한 여론조작 작업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지금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주변의 반응만 있다. '유체이탈' 화법을 버리고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정원 적폐청산 13개 의제 중 하나의 일부만 드러났는데도 경천동지할 내용"이라며 "일벌백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감금 사태로 비화돼 흐지부지됐던 당시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권력의 압력에 의해 아예 파묻히는 듯했다. 증언과 증거가 넘치는데도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을 핑계로 하여 몇몇 선에서 꼬리자르기로 끝내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지만 공작을 수행한 주체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을 매개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밀약이 오갔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월호에서 죽어갔던 아이들은 지금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을지도, 백남기 농민 역시 손자들이 장성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을 때"라며 "대선개입 진상을 모조리 밝히고 관련자들과 그 배후를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시선 돌리려는 물타기 의심"


반면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여당이 안보 문제에 난맥상을 보이니 시선을 돌리려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시간에 발표할 수도 있는데 야밤에 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정부 발표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린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잘못한건 분명히 처벌 받아야 한다"면서도 "적절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3일 저녁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운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대응팀 9개를 신설했다. 이후 이를 확대해 2011년 8월엔 아고라 담당 14개, 4대 포털(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담당 10개 등 총 24개팀을 운영했다. 2012년 4월에는 트위터 외곽팀 6개가 추가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맞붙었던 18대 대선이 있던 해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이 운영된 것이다. 외곽팀에 참여한 민간인은 3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팀은 주로 예비역 군인이나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보수·친여 지지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임무는 온라인상에 친정부 성향 글을 게재해 국정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정부 비판 글은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이라고 규정해 제압했다. TF 관계자는 “향후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외곽팀의 세부 활동 내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폐청산 TF는 이와 함께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의 ‘전부서장 회의 시 지시강조 말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36곳이 삭제돼 검찰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36곳 중 18곳을 복구했다. 복구된 내용은 보수단체 결성·지원·관리, 지자체장·국회의원 검증, 언론보도 통제, 전교조 압박·소속 교사 처벌, 특정 정치인·정치세력 견제 등의 지시사항이었다.

이밖에 세계일보가 2015년 11월 보도한 국정원 작성 문건 중 8건은 국정원 지휘부 지시에 따라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동향, 선거사범 중 야당 인사에 대한 엄정한 수사 촉구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청와대나 특정 정당이 수행해야 할 선거전략 수립 등을 국정원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대신 조사한 뒤 보고한 셈이다.

TF가 추후 여론조작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13년 6월 댓글 작성을 지시하고 사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원 전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돼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