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여학생 수십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잇따라 불거졌다. 전북 부안의 한 여고에서 체육교사가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구속된 게 지난 7월이었다. 이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 전에 경기도 여주의 고교에서 교사 2명이 각각 여학생 31명과 55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부산에서 또 같은 사건이 터져 나왔다.
◇ 부산, 교사 4명이 여학생 21명 성추행
부산 강서경찰서는 4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4명을 여학생 성추행 혐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4명 중 한 교사는 지난 4월부터 교실에서 여학생 20여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교사 3명도 교실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여학생들의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한 건 지난 6월 27일이었다. 그동안 확인된 피해 학생은 21명이다. 교사들은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인정했지만 ‘친근감의 표시’였다며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교사들의 비위 사실을 부산시교육청에 통보했고 교사 4명은 모두 직위해제됐다.
경찰은 보강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피해 학생은 주로 2~3학년이었다. 한 피해자의 부모가 학교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시교육청과 경찰이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른 교사 3명의 성추행 사실도 드러났다.
◇ 여주, 교사 2명이 여학생 70여명 성추행
경기 여주경찰서는 4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고등학교 교사 김모(52) 한모(42)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두 교사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다. 안전생활부장이었던 김 교사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여학생 31명을 성추행하고 남학생 3명을 폭행한 혐의, 한 교사는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복도 등을 지나다 마주치는 여학생 55명의 엉덩이 등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455명이고, 그 중 210명이 여학생이다. 전체 여학생의 약 3분의 1인 72명이 두 교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피해 여학생 중 14명은 김 교사와 한 교사 모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6월 학생 전수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성추행당한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제보도 확인 중이다. 당시 피해 학생이 "선생님이 엉덩이를 두 차례 툭툭 쳤다"고 말하자 이 담임교사는 "애정이 많으셔서 그런가 보다. 한 번 더 그러면 다시 신고해 달라"고 답하곤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 부안, 체육교사가 여학생 50여명 성추행
전북 부안의 한 여고에서는 학생 수십명을 성추행한 50대 체육교사가 구속됐다. 이 교사는 수년간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의 신체를 접촉하는 등 성추행하거나 교무실로 따로 불러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학부모들이 "교사가 여고생들을 성희롱했다"는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이 학교 1학년 학생 16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학생 25명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추가 범죄를 파악하기 위해 전교생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체육교사의 행태는 성추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신체 일부의 고의 접촉,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는 언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까지 싸잡아 내뱉는 욕설, 빼빼로데이 등 각종 기념일의 선물 강요, 신고 있던 슬리퍼로 따귀 때리기, 무릎 위에 앉힌 후 안마시키기, 수행평가를 이용한 협박 등 점입가경이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증언에 나선 졸업생들은 "나도 치가 떨리도록 당했다. 용기가 없어 당시에는 말을 하지 못해 이런 악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게 돼 미안하다"며 후배들을 걱정하는 글들도 이어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