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청' 찾는 한국인… 한국 기상청의 굴욕?

입력 2017-08-04 09:30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4일 오전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 목록에 '일본 기상청'이 올라왔다. 일본 기상청 웹사이트를 찾아보려 검색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일본어로 제공되는 일본 기상청 예보를 굳이 확인하려는 것은 우리 기상청이 실시간 내놓는 예보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휴가 시즌이 절정을 맞아 날씨에 민감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특히 태풍 '노루'가 북상하고 있다. 이 태풍은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경로를 바꿔 우리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제주도와 남해안, 동해안으로 휴가를 떠나려는 이들에게는 휴가 계획을 강행할지, 수정할지 판단할 정보가 필요했다.

불확실한 태풍 '노루'의 진로를 두고 기상청은 당초 국가태풍센터, 국가기상쉬성센터 등과 화상회의를 벌여가며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7일 이후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경남 해안을 거쳐 동해로, 제주도와 전남 해안에 상륙한 뒤 내륙을 통과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상청은 "노루는 발생 단계부터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라며 "고수온 해상에 오래 머물며 덩치를 키운 데다 이끌어주는 바람이 없다 보니 방황하는 청소년처럼 일탈행위를 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상청이 4일 오전 '노루'가 일본 규슈에 상륙할 것이란 예보를 내놓자 태풍 진로를 주시하던 사람들이 일본 기상청 사이트를 찾아간 것이다. 우리 기상청도 4일 오전 같은 예보를 했지만 네티즌들은 한 발 늦은 예보라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소셜미디어에는 "일본 기상청은 이틀 전부터 노루의 일본 상륙을 예보했다" "한국 중국 기상청 다 틀리고 일본만 맞췄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