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호된 질책을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에 대해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이 처음이라 거르지 못하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전날에 이어 9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맡아달라고 했던 1차 독대, 승마지원이 한화보다 못하다며 질책한 2차 독대, JTBC와 외삼촌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해 짜증을 냈던 3차 독대 모두 자신은 거의 듣기만 했고 무언가를 먼저 이야기하거나 부탁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며 “금융지주사 전환 등 현안에 대통령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었고 필요해도 대통령에게 부탁할 생각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후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확대해서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저희 회장님(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께는 자주 야단맞고 독한 훈련을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아버님께 야단 맞은 거 빼고는 야단 맞은 기억이 없는 거 같다”면서 “첫 번째 대통령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 들은 것도 처음이서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회사에서 다른 분들에게 한 번 거르고 전달했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진술했다. 이어 “솔직히 박상진 대한승마협회장(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알아서 (승마협회)일을 잘 챙겨야 한다 생각해서 박 전 사장에게 ‘대통령에게 야단 맞게 하느냐. 잘 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당시 자신이 짜증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