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피해자가 형사보상금 8억여원 가운데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피해자 최모(33)씨의 법적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최씨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을 받으면 사법 피해자 조력단체와 진범 검거에 도움을 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에게 각각 보상금의 5%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달 24일 피해자 최씨가 받을 형사보상금액을 결정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에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한 누명을 풀 수 있었다. 이 사건은 2월 개봉했던 배우 정우, 강하늘 주연의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형사보상은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구금 일수만큼 보상해주는 제도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 등으로 구금된 후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 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해야 한다.
다방 배달 일을 하던 최씨(당시 16세)는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와 시비가 붙어 그를 흉기로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 최씨는 징역 10년형을 받았고 2010년이 돼서야 출소할 수 있었다.
확정 판결이 난 후에도 진범과 관련한 첩보가 경찰에 입수되는 등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최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16년 만인 지난해 1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심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황 전 형사반장이 있었다. 황씨는 2003년 6월 또 다른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다 진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사에 나섰으나 확정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나 황씨가 작성한 수사 서류들은 재심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됐다. 뒤늦게 잡힌 진범 김모(36)씨는 5월 25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박 변호사는 “최씨와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 피해자들이 모은 형사보상금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될 것”이라며 “’선한 연대'에 많은 시민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