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정유라 지원 내 판단… 이재용 실제 총수 아냐"

입력 2017-08-02 18:06 수정 2017-08-02 18:08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임원들의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이 정유라 승마 지원을 결정하면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씨 지원은 이 부회장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최 전 실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5명의 속행 공판에서 "장난질 같아 보고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용이 삼성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의미의 발언을 하며 "제 제직 기간 동안 그룹 차원의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 하에 내렸다"고 토로했다. 삼성의 풍토나 관행상 이 부회장이 의전 차원에서 회사를 대표할 뿐 실제 총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 전 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정씨 승마훈련 지원 여부를 결정한 것은 2015년 8월이다. 그러나 이를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정씨 지원 관련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 보고 받았으나 이 부회장에게 전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최 전 실장은 "승마지원 자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요청한 것이지만 정씨를 지원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최순실이 장난질을 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이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책임질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게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난 이미 40년을 일한 사람이니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와서 생각하면 보고를 해서 이 부회장이 중단이라도 시켰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겠나 후회도 잠시 한다"고 털어놨다.

최전실장은 국정농단 사태 발발 이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도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다고 판단해 해체 결정을 내리고 조직을 분산했다는 것이다. 최 전 실장은 이 일은 사전 보고를 했다고 밝히며 "예의상 의견을 구한 것일 뿐 최종 결정은 내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 합병의) 플랜 B는 없다'고 말했다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등이 거의 매일 아침 모여 회의를 한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역설했다. 이어 "저런 회의가 실제로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최 전 실장의 진술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본인 등 다른 피고인들이 짊어지도록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며 "이 진술은 국민의 일반적 상식에 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