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KAI '조직적 분식회계' 포착…'빅배스' 후폭풍 우려

입력 2017-08-02 16:21
사진 뉴시스

검찰이 방산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하성용(66) 전 대표 시절 조직적인 분식회계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많게는 수천억원대까지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관측된다.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져 잘못 처리된 부분을 수정하고 회계상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할 경우, 대주주인 국책은행과 일반 주주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최근 KAI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부풀리고 부채는 적게 계상해 재무상태 등을 조작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까지 분식회계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분식회계 규모는 더 조사를 해봐야 확정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조사를 좀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압수수색물 분석과 실무자급 소환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금감원과 함께 조사를 벌인 뒤 구체적인 액수 등을 특정할 계획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KAI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그 규모가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AI는 2013년 FA-50 24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종사 훈련과 현지 공군 기지 건설 등 총 사업비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지 상황으로 인해 공군 기지 건설 대금 등이 회수되지 않았음에도 KAI가 이를 정상 수익으로 인식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수리온 등에 대한 원가 부풀리기로 최소 수백억원대 이익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하 전 대표 등 경영진이 재임 시절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자금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KAI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전날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KAI 전 본부장 윤모(5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본격적인 KAI 수사 이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윤씨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간 KAI 관련 수사를 벌여온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