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유일 표주박형 서봉총 꼬마 무덤 주인은 누구일까

입력 2017-08-02 15:54
신라시대 유일의 표주박형 무덤(크기가 다른 두 개의 무덤이 연접)인 서봉총에는 누가 묻혔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부실 발굴됐던 경북 경주 노서동 서봉총에 대한 재발굴 조사 성과를 4일 현장에서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남분을 마친 데 이어 올해는 북분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조사한 북분은 남분과 마찬가지로 원형이 아닌 타원형으로 지름이 당초 추정했던 36.3m를 크게 뛰어넘는 46.7m인 대형 무덤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분 지름(25m)의 배에 가까운 크기인 것이다. 서봉총의 축조 방식인 적석목관분(돌무지덧널부덤)은 4∼5세기 내물왕∼지증왕의 마립간 시대의 전형적인 무덤이다. 미립간 시기의 무덤은 황남대총 등 대부분 크기가 같은 두개 무덤이 이어져 있는 쌍분이었다.
서봉총 공중 사진. 타원형의 호석이 뚜렷이 남은 남분과 달리 북분은 호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양쪽 타원형의 가운데 돌무더기가 있는 곳이 각각 시신의 매장됐던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처럼 규모 차이가 뚜렷한 대형분과 소형분이 연접한 신라 능묘는 서봉총이 유일하다”면서 “봉분의 규모는 주인공의 신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피장자 사이의 관계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조선총독부가 1926년 마구잡이로 발굴했던 서봉총에서는 금관을 비롯한 금공예품과 토기, 철기, 장신구 등 유물 570점이 출토됐다.
북분에서 발굴된 제사용 토기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발굴 이후 학계에서는 무덤 주인의 신분과 성별을 놓고 논란을 벌였는데, 장식 대도(大刀)를 착장하지 않은 점, 굵은 귀고리를 걸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왕비 등 왕족 여성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따라서 크기가 절반가량인 남분이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학계의 과제다. 크기로 봐서 북분에 묻힌 여성과 관련되는 자식이나 조카 등 어린아이 혹은 신분이 낮은 성인 등 여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북분은 지상식, 남분은 지하식의 목관이 설치됐고, 제사용 토기가 호석(무덤 외부에 보호하기 위해 두른 돌)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 열지어 배치됐고, 호석과 붙은 제단이 아닌 독립된 제단이 설치된 점 등이 밝혀졌다면서 재발굴 성과를 토대로 신라 능묘 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