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초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연간 5조5000억원의 공약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서민·중산층 세부담은 줄이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관련 세제를 통합·개편하는 것도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부자 증세’로 임기 내 22조원 재원 마련
정부는 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원회를 열고 2017년 세제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 개선에 역점을 뒀다”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위해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기로 했다. 과표 2000억원 초과, 즉 당기순이익에서 이월결손금·소득공제액·비과세소득 등을 제하고 남은 게 연간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이 인상 대상이다. 지난해 신고기준으로는 상위 129개 대기업이 해당된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비용과 설비투자세액 공제 역시 축소한 반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강화했다.
정부는 연간 3억원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2% 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과표 3억~5억원은 세율이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자는 40%에서 42%로 오른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에 누진세율을 도입해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5% 포인트 오른 25%의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은 현행 7%에서 내년 5%, 2019년 이후 3%로 축소된다. 증세 대상 고소득층은 9만3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연간 5조5000원씩, 현 정부 임기 내에 모두 22조원의 공약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22조원에 향후 초과세수 증가 예상분 60조원을 합치면 세입확충을 통한 재원마련 목표(83조원)는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중산층 세부담 줄여 실질소득 증대
서민·중산층의 경우 세부담을 줄여 실질소득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재부는 서민·중산층 세제지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세수를 2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은 내년부터 10% 가량 늘어난다. 전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인 단독가구(30세 이상)와 소득이 각각 2100만원·2500만원 미만인 홑벌이·맞벌이 가구를 지원하는 기본 요건은 동일하다.
근로장려금 지원범위도 확대됐다. 70세 이상 노부모를 부양하는 미혼 근로자와 한국인 아이를 홀로 양육하는 한부모 외국인은 홑벌이 가구로 인정받게 된다. 중증장애인 미혼근로자는 나이 제한 없이 단독가구로 분류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장려금 지원을 받은 가구 수는 144만 가구, 지원금액은 1조574억원이었다.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월세 세액공제 혜택은 현행 10%에서 12%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올해 5000만원을 번 근로자가 매달 월세로 50만원을 내는 경우 현행기준 60만원인 세액공제액은 72만원으로 증가한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조세 지원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전년에 비해 상시근로자를 늘린 경우 늘어난 인원에 비례해 세액을 공제하는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했다. 늘어난 상시 근로자 한 명당 중소기업은 700만원, 중견기업은 500만원씩 2년간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추가 고용한 근로자가 청년 정규직이나 장애인일 경우 중소기업은 1000만원, 중견기업은 700만원씩 2년간 세액 공제를 받는다. 기존 1지원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은 기존과 같이 1년간 300만원씩 공제받는다.
중소기업이 늘어난 고용 인원을 유지하면 사회보험료의 50~75%(청년·경력단절여성일 경우 100%)를 2년간(기존 1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하거나 특성화고교 등 졸업자를 복직시키면 2년간 세액을 공제받는 비율도 기존 10%에서 30%로 높였다. 기존엔 대상이 아니었던 중견기업(공제율 15%)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조직 변경시 과세를 이연해주는 혜택 적용 요건에도 종업원의 80% 이상을 3년간 유지한다는 고용승계 요건을 추가했다. 기업을 세제로 지원하는 모든 경우에, 일자리 창출 가중치를 확실히 두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보다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유망한 서비스업, 벤처기업 등에 대한 별도의 세제 지원도 늘린다. 창업 중소기업 중 신성장 서비스업종은 기존 세액 감면 혜택(5년간 50%)이 확대(3년 75%, 2년 50%)된다. 이와 별개로 창업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리면 고용증가율에 따라 세액 감면을 최대 50% 더 받을 수 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