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세재개편안의 핵심은 일부 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세율을 올리는 이른바 ‘핀셋증세’다.
◇법인세 인상, 129개 대기업 영향
법인세 인상은 지난해 신고액 기준 2000억원을 초과하는 129개 대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기업은 내년부터 현행보다 3% 포인트 높은 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의 2015년 법인세 납부액(3조2167억원)을 예로 했을 때 인상안을 적용하면 4327억원 더 부담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른 법인세수 증가분을 연간 2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연간 5조5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 중 절반 가까이를 법인세에 의존하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기준도 대기업만 조정했다. 거래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특수관계법인 대상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부과토록 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혜택도 줄인다. 기업부설연구소 운용 등 상시적인 R&D 실적에 부과하던 1%의 기본공제율이 내년부터 폐지된다. 새로운 R&D 투자만 공제한다는 것이다. 공제율 상한선도 기존 3%에서 2%로 낮췄다.
대신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대한 세금혜택은 커진다. 정부는 고용 증가 1인당 2년간 최대 2000만원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했다. 기업이익 중 투자와 임금증가분, 배당액이 일정액에 미달 시 추가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없애는 대신 임금증가분 가중치를 대폭 상향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달리 배당과 토지투자 분은 계산 대상에서 제외했고, 임금증가분 계산 시 대상 근로자 범위를 총 급여 1억2000만원 미만에서 7000만원 미만으로 축소했다. 근로소득공제제도도 강화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 근로자 임금증가분의 20%를 추가 공제해주기로 했다.
◇3억9000만원 버는 4인 가족 가장, 세금 100만원 더 낸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3억원 이상 고소득자 세율을 상향 조정했다. 최고 세율 인상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4번째다. 근로소득자인 외벌이 4인 가족의 가장이 연간 3억9200만원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부터는 10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다. 2015년 납세액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2만명(상위 0.1%), 사업소득자 4만4000명(상위 0.8%)이 영향을 받는다. 기재부는 2015년에 부동산·주식 등을 통해 3억원이 넘는 양도소득액이 발생한 2만9000명(상위 2.7%)도 세율 인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상속·증여세 자진신고 공제율은 가존 7%에서 내년에는 5%, 2019년 이후부터는 3%로 내려간다. 상속 재산이 100억원이라면 올해에는 상속세(40억4000만원) 중 2억80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8000만원이 줄어든 2억원만 공제받게 된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 과세도 확대했다. 3억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양도할 경우 현행(20%)보다 높은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올해 기준 대상자는 1만명 내외다. 하지만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대주주 요건이 완화돼 적용 대상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종목별 보유액 25억원 이상인 현행 대주주 요건은 내년 4월부터 15억원 이상, 2020년 4월부터는 10억원 이상으로 하한액이 조정된다. 2021년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대폭 내려간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