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에 지인의 명품 가방, 보석, 옷 등을 파손한 20대 여성이 법정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2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범죄 사실을 다툴 이유가 없고 A씨가 범행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친분이 있던 B씨(35·여) 등 3명과 B씨의 집에서 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술자리는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술에 취한 일행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
깨어 있던 A씨는 B씨의 집을 구경하다가 B씨의 명품 가방과 옷, 귀금속 등을 보게 됐다. 질투심을 느낀 그는 B씨의 방 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3000만원 상당의 팔찌를 손으로 구부려 망가뜨리고, 옷걸이에 걸려 있던 수백만원 상당의 재킷 일부를 커터칼로 훼손했다.
다른 방에 들어가서는 판매가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알려진 명품 브랜드 가방 5개의 안주머니를 역시 커터칼을 사용해 마구 뜯어냈다. A씨가 이런 식으로 망가뜨린 물건의 총 가격은 무려 1억1000만원에 달했다.
며칠 뒤 B씨는 A씨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미안해' ’술 취해서 정신이 나갔었나 봐'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A씨가 범행을 시인했다고 보고 그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A씨는 “과거 형사사건에 연루돼 오랜 기간 조사를 받으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이 일이 형사사건으로 번지게 하지 않으려고 사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됐다.
법원은 피해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범행을 시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불리한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며 “자신이 결백한데도 겁을 먹고 허위로 자백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나이, 사회 경험 등을 종합하면 누군가가 겁을 주거나 회유해서 허위로 시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품 합계액이 크지만 수리비와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과는 차이가 있는 점, 피해 변상이 되지는 않았으나 유죄가 확정되면 변상이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