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몰카 공포, 공감 못해? 체험해보라" 예술가의 실험

입력 2017-08-02 11:16

한 예술가가 "일부 남성들은 여성의 '화장실 몰카 공포'를 공감하지 못하고 화장실 벽에 난 구멍은 그저 공사 흔적이라 말한다"면서 "공감이 안 되면 체험해보시라"며 '스티커 설치 미술'을 공개했다.


사진=Adultboy 페이스북 캡쳐

'성인소년'이란 별칭을 사용하는 이 예술가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몰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몰카 공포가 일상에 실존한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며 남자 화장실 문고리와 화장지 부근에 '눈알'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그가 올린 사진들은 화장실 안에서 몰래카메라 공포에 시달리는 여성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성인소년은 이어 "이 작품은 여성을 위한 작품임에도, 여성이 실천할 수 없고, 여성이 관람할 수 없다"며 "여성 인권이 실현되기 위해선 남성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며 몰래카메라가 아닌 스티커를 사용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사진찍는 김기자 트위터캡쳐

지난달 20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동네 마트 여자화장실에서 찍은 것"이라며 여자화장실 칸막이에 구멍이 뚫린 사진을 올렸다. 그는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에서만 보던 칸막이 구멍을 직접 목격했다"며 "청소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이상하게 갈수록 구멍이 늘어난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사진=the coverage

샤워기 구멍, 환풍구, 나사 등의 미세한 틈 사이에 여러 수법으로 몰카를 설치하는 '몰카범'이 급증하면서 많은 여성이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관련 제보를 받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지난달 17, 18일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2호선 강남역 여자 화장실에 현장 조사를 나가기도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