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무대 옮긴 '짝퉁' 판매상들… 수법은?

입력 2017-08-02 09:35
소셜미디어 '시계' 판매 계정 화면 캡처

명품 불법 복제품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판매상의 활동 영역이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일대 일 대화창을 활용하는 등 방법도 교묘해졌다.

최근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 소셜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짝퉁' 제품의 유통 경로가 빠르게 변화했다. 오프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던 판매업자들이 단속을 피해 개인 블로그를 활용하다 이제는 좀 더 은밀하게 판매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로 옮겨간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할 경우 '친구'를 맺은 사람만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어 '보안 유지'에 유리하도 판단한 듯하다.

소셜미디어 '시계' 판매 계정 화면 캡처

1일 오후 한 소셜미디어 검색창에 '명품'을 입력하자 6000개가 넘는 계정이 검색됐다. 'ST(특정 브랜드 디자인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뜻)'를 검색어로 할 경우에도 600개가 넘었다. 중장년층 이용자가 많은 이 소셜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유명 브랜드 골프화, 수입 시계 등의 제품을 선전하는 곳이 많았다.

다른 SNS도 사정은 비슷했다. 검색창에 '명품'을 입력하면 판매자 계정이 연달아 나왔다. 제품 사진을 올리고 개인 소개란에 메신저 아이디 등을 남겨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게 하는 식이다. 대부분 일대 일 대화창을 이용해 구매자와 연락하고 구매 의사가 확인되면 메신저를 통해 입금할 계좌번호와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올라온 글에는 브랜드 이름을 살짝 바꾸거나 가격을 15, 20 등의 숫자만 적어 놓은 경우가 많다. 경찰의 사이버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입 시계의 경우 15~2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수백만원대인 정품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복제품을 판매하는 SNS 계정 한 곳에 가입하니 간단한 제품 정보와 판매자의 메신저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연락을 취해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자 "해외 배송이라 물건이 나오면 실제 사진을 보내드리고 배송이 진행된다"며 "총 14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메신저로 판매자의 은행 계좌번호와 카드결제 수수료는 본인 부담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카드결제를 원할 경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 결제창을 메시지로 보내준다고 했다. 해외 배송인 까닭을 묻자 "한국에서 만드는 이미테이션은 존재하지 않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짝퉁 판매상과 주고받은 메시지.

SNS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은 입금 후 판매자가 자취를 감출 수 있고, 불량품이 배송돼도 항의할 곳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바지와 홍콩 시계 등을 구입해본 적이 있다는 50대 이모씨는 "B사 바지를 샀는데 제품 전체에 보풀이 올라와 있었다"며 "환불 요청을 할까 했지만 어차피 불법이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것 같아 그냥 넘겼다"고 밝혔다. 포털 사이트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짝퉁을 샀는데 불량 제품이라며 환불 방법을 묻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지난 5월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짝퉁 7000여점을 팔고 1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긴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제품을 중국 등에서 밀수한 후 은밀하게 판매하다 보니 단속이 어렵다"며 "과학적 수사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해 구매자들과의 대화를 복원해내는 것이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