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틸러슨 “대화”… 北에 정반대 말 꺼낸 美

입력 2017-08-02 07:5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와 정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북한 문제로 “전쟁”이란 말이 나온 건 처음이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놓고 강경한 목소리가 커진 미국 정부에서 “대화” 메시지가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외교안보정책의 최고 사령탑인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이렇게 상반된 발언을 꺼낸 배경은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압박과 회유의 투트랙 접근법일 수 있고, 한쪽의 강경함을 다른 쪽이 완화해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오락가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틸러슨 "미국은 북한의 적이 아니다"

CNN과 미국의 소리(VOA) 등은 틸러슨 장관이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의 적이나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를 이해하길 희망하며, 북한이 바라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과 관련된 미래를 놓고 대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용납되지 않는 위협을 해오고 있으며, 미국은 여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강경 대응 필요성도 밝혔으나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두 차례 ICBM 시험발사 →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 → 미국의 중국 비판 → 미국과 일본의 정상 통화 등으로 이어져온 긴박한 안보 상황에서 나왔다. 그가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은 미국 정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김정은 정권 교체’ ‘선제공격’ 등 강경론에 끌려 다니지 않고 기존 대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요 언론, 싱크탱크 등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을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레짐 체인지’의 의지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 북한과 추후 대화 여지를 열어두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레짐 체인지’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지난 28일 “(북한의) 이번 실험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해법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력을 외교력과 어떻게 조합해 북한의 사악한 야망을 제어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 "북핵 놔두느니 전쟁하겠다"

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북 강경파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말했고, 나는 그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같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하려 한다면 북한과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을 향해 "내가 중국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뭔가 조치를 할 것"이라며 "중국은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북한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나는 외교적 접근을 선호하지만,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