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암탉"으로 불리는 여성들… #내 이름은 어디에?

입력 2017-08-02 00:01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름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여성의 이름만 그렇다. 아프간 남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아내를 부르는 단어들이 몇 개 있다. ‘애 엄마’ ‘집사람’ 심지어는 ‘내 염소’ ‘내 암탉’이라 부른다. 아프간 여성들은 ‘젖 주는 사람’ ‘까만 머리’로도 불릴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이모’라고 불리기도 한다. 청첩장에도 신부 아버지와 신랑의 이름만 나올 뿐, 또 다른 주인공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에도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여성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관습 때문이다.

이 관습을 바꾸기 위해 젊은 여성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셜 미디어 상의 캠페인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이들은 “내 이름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질문에 해시태그(#)를 붙여 소셜 미디어로 공유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남성들이 부인을 비롯한 여성 친인척의 이름을 공공장소에서 부르지 못하게 하는 뿌리 깊은 금기를 깨는 것이 목표다. 아프간 여성 활동가 바그다드 소하일리는 “여성들마저 침묵하고 저항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들이 왜 그들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지에 대해 질문토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일으킨 작은 소용돌이는 점차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좀 더 많은 활동가들은 유명인사, 정부 관료들에게 그들의 어머니와 아내의 이름을 부르도록 촉구함으로써 이슈를 의제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문, TV, 라디오 토크쇼 등 전통적인 매체들에서도 관련 토론들이 다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및 예술가들도 잇따른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다. 아프간의 유명 가수 파라드 다리아는 페이스북에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내의 이름 ‘술타나 다리아’를 함께 쓰며 캠페인을 지지했다. 지난 수십 년간 콘서트와 인터뷰 등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이름을 불러왔던 그는 “많은 이들이 나를 전 세계 겁쟁이들의 대장인 것 마냥 쳐다보지만 나는 아프간의 명예나 전통 따위에 개의치 않는다”고 썼다.

파라드 다리아 페이스북 캡처

물론 이 캠페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프간의 전통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 청년단체 대표인 모다세르 이슬라미는 페이스북에 “어머니와 자매, 아내들의 이름은 그들이 머리에 쓴 스카프처럼 신성한 명예의 상징”이라며 여성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썼다.

활동가 소하일리는 “의사 처방전에도 여성의 이름은 쓰이지 않는다”며 “문화적이요? 종교적이요? 여기에 어떤 논리적인 근거가 있나요?”라고 비판했다.

아프간 사회학자 하산 리자이는 이것이 종족의 관습에 뿌리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의 논리에 따르면 여성의 몸은 남자의 소유물”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여성을 간접적으로라도 보는 게 허용되지 않듯 이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이므로 장기적인 문화 투쟁이 필요하다”며 “종족 문화를 약화시키고 언론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헤라트 지방의회의 의원인 소마이아 라미시는 역사를 통틀어 여성들은 “체계적으로 지워졌고” 남성들과의 연관성도 축소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는 엄마의 자궁에서 나오지만 엄마와 아이를 연결해주는 어떤 문서도 없다”고 한 온라인 기사에 썼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점은 엄마는 자식에 의해서 신원이 확인된다는 점”이라며 “법적으로 어디에도 없던 엄마의 이름은 갑자기 ‘아마드의 어머니’ 도는 ‘마흐무드의 어머니’가 된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