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평검사 신분으로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검찰 간부들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당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된 대통령 면전에서 거친 표현을 쏟아냈던 이들은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날선 ‘사직 인사’를 남겼는데요.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완규(56·사법연수원 23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영종(51·23기)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사직인사를 올렸습니다. 이 지청장은 검사와의 대화 당시 평검사 대표로 참석해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는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강금실 장관이 추진 중이던 검찰 개혁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김 지청장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검찰에 청탁 전화를 했다며 취조하듯 캐물어 논란을 부른 인물입니다.
이 지청장은 사직 인사에서 “대통령이 검사 임명과 보직권한을 행사하고 검찰권의 남용을 그 인사권을 통해 통제함이 당연하다”면서도 “그 평가에 있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외양적으로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어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또다시 법률가인 대통령님께서 취임하고 검찰개혁 사항 중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도 말했다. 그래서 다시 순진한 기대를 해봤다”며 “그런데 아직은 기대가 이른 듯하다. 지금은 정권교체기의 혼란기이고 검찰의 인적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이유로 청와대 주도로 전례 없는 인사도 몇 차례 행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지청장은 최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좌천성 인사와 관련해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 지청장의 지적에 대해 “지난 9년간 검찰 인사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가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야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반문이 이어졌습니다.
김 지청장 역시 "최근 어느 기자가 ‘검찰의 봄날은 갔다'고 했지만, 내 기억엔 검찰에 봄날은 없었다"며 "권력을 남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처리했다고 비판을 받는 사건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런 시절은 봄날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를 다치게 하는 꽁꽁 언 겨울이었던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김 지청장은 ‘검사와의 대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그 유명한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죠’라는 발언을 이끌어낸 장본인인데요.
그는 “대통령 취임하시기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뇌물사건 관련해서 잘 좀 처리해 달라는 이야기였는데요.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를 하셨나요?”라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네티즌들은 검사와의 대화 참석 검사들의 퇴장을 지켜보며 “당시 대통령을 몰아붙이던 용기로 불의와 맞섰다면 검찰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10명 중 이번에 2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3명만 검찰에 남게 됐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