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세금 전쟁’…민주당 ‘부자 증세’에 한국당 ‘서민 감세’로 맞불

입력 2017-08-01 17:42


정부와 여당이 초고소득자·대기업 증세를 추진하는 와중에 자유한국당이 감세 법안을 연이어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세금 문제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라는 점에서 한국당이 ‘증세 대 감세’ 구도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윤한홍 의원 등 한국당 의원 20명은 1일 2000㏄ 미만 승용차 등 중형 기준 이하 차량의 유류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내용의 ‘유류세 인하 법안’을 발의했다. 휘발유의 경우 판매가격의 52%, 경유는 43%, LPG(액화천연가스)는 24%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해 서민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한국당은 유류세 인하 대상 차량은 지난 6월 기준 약 1900만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77.9% 수준이며, 유류세 절감분은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류세 인하방안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19대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이다.

한국당은 유류세 외에 담뱃세 인하도 추진하고 있다. 윤 의원이 지난달 26일 대표발의한 법안은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없애 갑당 4500원인 담뱃값을 2500원으로 내리는 게 골자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담배 1갑에 붙는 개별소비세(594원)를 폐지하고, 부가가치세(409원→252원)와 담배소비세(1007원→641원), 건강증진부담금(841원→354원) 등을 대폭 낮출 경우 담배 1갑 가격은 4500원에서 2774원으로 떨어진다. 예정처는 이를 토대로 2018~2022년 5년간 세수절감 효과가 9조8527억원(연평균 1조97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은 초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를 추진하는 정부·여당 움직임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정부·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을 통한 현금지출을 늘려 서민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부자 증세’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세표준 5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높이고,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 소득세율을 38%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최근 거론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예정처에서 받은 분석에 따르면 2018~2022년 과세표준 3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 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2000억원 이상 구간 대기업의 법인세를 높일 경우 세수 증대효과는 15조7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한국당은 담뱃세와 유류세를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감세를 통해 서민들이 쓸 수 있는 돈을 늘려 소비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조세저항이 큰 세금 이슈를 활용해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내고 서민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당의 ‘서민 감세’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한국당이 이제와 뒤집는 것은 ‘자가당착’이란 지적이다. 추 대표는 “담뱃세 인하는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도 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 수요를 감당할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 정부에서 실패로 끝난 ‘감세 효과'를 재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고유가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유류세 10% 인하 및 유가환급금 반환 정책을 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금 3조1400억원을 비롯해 총 10조원이 투입된 고유가 대책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긴 했지만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금액이 저소득층보다 더 커지는 등 꼼꼼한 설계가 이뤄지지 못한데다 이후 세수 감소로 국가재정운용에 많은 부담을 안겼기 때문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