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와 부동산.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두 가지 민감한 경제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증세는 '슈퍼리치', 부동산은 '다주택자'로 대상을 한정하는 '핀셋 처방'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6·19 대책 이후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2일 발표한다.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상대 ‘핀셋 증세’를 공언한 데 이어 이번엔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투기과열지역에 대한 조치와 부동산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확대 및 청약제도 불법행위 차단 등 부동산 종합대책을 2일 오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은 투자 상품이 아닌 거주 공간”이라며 “부동산 투기로 인한 시장의 이상 징후와 왜곡, 급등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전용면적 60㎡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15일 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과 실거래 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매매가격이 6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주택 구입 자금의 조달 및 입주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다주택자의 신규 분양을 제한하기 위해 주택청약 우선순위 자격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가 이미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게 하는 정책보다는 다주택자의 부동산 신규 진입 장벽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의 양도세 강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이 밝힌 대로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초 당정은 6·19 대책 발표 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위축 가능성과 정권 초반 역풍 가능성을 우려해 발표 직전 취소했다. 이번 대책에서는 서울 강남을 비롯해 세종시 등 최근 집값이 폭등한 비수도권 지역 일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전면 금지, 전매제한기간 연장,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강화 등 14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며 집값 폭등에 대한 추가 대책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7월 마지막 주(24~28일)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은 0.57% 상승해 연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6·19 대책에서 빠졌던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제,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이 거론된 건 이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1·3 대책과 지난 6·19 대책 때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시장 전체를 죽일 수 있다”며 유보했던 것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도 40%로 줄어드는 등 14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앞서 두 대책에선 조정지역을 선정해 전매제한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규제 중 일부만 적용했다.
단국대 조명래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내놓은 두 차례 정책은 분양과 청약 제도만 손댄 것이라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중장기적 원칙과 관점에서 제대로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국대 유선종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양날의 검”이라며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내놓겠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가계부채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은 당초 이달 말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직결돼 있어 발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며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방안과 부채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동시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은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 고정금리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