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람을 사랑하듯] 버림받고도 사람을 기다립니다

입력 2017-08-01 15:26



이 녀석의 이름은 빨강입니다. 맹수처럼 사나워서 가까이 가려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 태어난 지 석 달밖에 안됐는데도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강인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거든요. 저 신발끈 물어뜯는 걸 보세요. 무차별 심장폭행을 당한 사람이 이미 여럿입니다.

얘가 빨강이 엄마 바둑이입니다. 바둑이는 넉 달쯤 전에 이곳 유기견보호소 애신동산에 왔습니다. 원래 이곳에선 더 이상 유기견을 받지 않는데 “우리가 안 가져가면 보신탕집에 팔아 버릴거다 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안 데려올 수가 없었답니다.

새끼들이 차가운 땅바닥에 배를 깔고 세상 편하게 엎드려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들어오니 좁은 틈 사이로 숨어버리네요 예감이 좋지 않았나봅니다. 개들도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인지 봉사자가 예방접종 주사를 꺼냅니다. 결국 붙잡힌 강아지들은 주사를 맞은 뒤 ‘깨갱’거리며 어미에게 달려갔습니다. 아프니까 호~해달라는 듯 말이죠.

이 모습이 귀여워서 키우고 싶다고 중얼거렸는데 부원장님이 그 얘기를 들었나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지금은 예쁘죠. 얼마나 예쁩니까. 얘들이 컸을 때 생각을 잘 하셔야 해요. 조금 더 크면 신발이란 신발 다 찢고. 전기선, 전선 다 물어뜯지 벽지 다 긁어가지고 하지, 마룻바닥 문틈 모서리 다 물어뜯지. 그리되면 골머리가 아픈 거에요.” 

“키우시다가 너무 커서 못 키우겠다 하면 도로 가져오면 돼요. 버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이곳 유기견보호소엔 버려진 강아지들이 많습니다. 신발 물어뜯는다고, 벽지 긁는다고, 털이 날린다고, 짖는다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강아지가 더 움직이는 영상으로 교체. 현수막 쪽으로 앵글 이동 강아지는 주인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결국 버려졌습니다. 

얘가 애꾸눈 ‘잭’입니다. 오른쪽 눈이 없습니다. 아마 그래서 버려졌을 겁니다. 얘 이름은 헤니입니다. 정말 배우 다니엘 헤니처럼 늠름하게 생겼죠. 그런데 슬쩍 다가가니 생긴거 답지 않게 견사 구석에 숨어버리네요. 살짝 텀 아직 사람이 두렵나봅니다. 반반이는 원래 가정집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발작을 일으킨답니다. 그래서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반반이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병 때문에 8년이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잭이나 헤니, 반반이 같은 아이들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는 (입양) 갈 만한 애들이 없습니다. 다 추려가고. 여기서 살다가 자연사 하는거지. 그 동안에 잘 돌봐야 하는거지 불쌍한 애들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반반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애신동산에 있다가 사람과 함께 살 준비가 된 아이 중 일부는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애견카페 ‘너와함개냥’으로 옮겨집니다. 도담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담이도 주인에게 버려졌던 아이입니다. 어떤 젊은 여성이 그냥 귀엽다고 분양받았다가 막상 키워보니 힘들다고 그냥 방치해 버렸답니다.

그때 작고 예쁜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왔습니다. 파비앙입니다. 다른 유기견보호소에 살다가 이곳에 온지는 1년이 채 안됐습니다. 두 달간 가정집에서 임시보호를 하며 입양을 기다렸지만 파비앙을 찾는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뒤 2주나 하울링을 하며 울었답니다.

장난끼 넘쳐 보이던 파비앙이 유독 슬퍼 보이는 눈으로 꽤 오랫동안 저를 쳐다봤습니다. 제발 데려가 달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실 입양을 하는 게 저는 두렵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처럼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떠셨을 것 같나요.

이용상 기자, 영상=홍성철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