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초등학교 54년만에 교명 바뀐다…내주 교육청에 개명신청

입력 2017-08-01 15:06

어린 학생들의 회장선거에서 나온 깜찍한 ‘공약(公約)’에 54년 전통의 초등학교 교명을 바뀌게 됐다. 부산시교육청과 기장군 대변초등학교는 교명을 변경하기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학교의 새 이름은 이르면 이 달 중 최종 확정돼 내년부터 사용하게 된다.

초·중·고교의 학교 명칭이 일제 잔재라는 이유 등으로 변경된 적은 있지만,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바뀐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학교의 교명 변경은 올해 초 회장선거에 출마한 학생이 "교명을 바꾸겠다"고 공약한 뒤 본격화됐다. 이 학생은 “대변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친구들이 '똥'이라고 놀린다”며 “우리도 멋진 학교 이름을 갖자”고 주장했다.

이 공약은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심각성을 인식한 김종명 교장이 총동창회에 교명 변경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총동창회, 주민 대표 등 10여명으로 교명변경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는 그동안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에는 전체 졸업생 2800명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 주민 등이 대거 동참했다. 학부모들도 “주위에서 아이가 어느 학교 다니느냐고 물어오면 대답하기가 꺼려진다”며 교명 변경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추진위가 새로운 교명을 공모한 결과 ‘해파랑’ ‘차성’ ‘도담’ ‘용암’ ‘동부산’ ‘아라’ 등 옛 지명과 지역 특성을 살린 명칭이 접수됐다. 추진위는 총동창회와 학교운영위 심의 등을 거쳐 새 교명을 최종 선정한 뒤 다음 주 시교육청에 교명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명은 학생과 학부모, 총동창회 등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교명 변경이 신청되면 즉시 변경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명 변경을 위한 행정 절차는 이 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새 교명은 내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기장군 '대변리'라는 지명에서 이름을 따온 이 학교는 1963년 개교했다. 졸업생은 2800여명을 배출했고 현재 전교생 77명이 다니고 있다. 학교 앞 대변항에서 해마다 열리는 기장멸치축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최영숙 교감은 “어린 학생들이 ‘대변’이라는 명칭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었다”며 “졸업생과 주민들의 ‘통 큰 양보’로 교명 변경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