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물원에 전시돼 있는 바오밥나무가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이 나무는 현존하는 식물 중 가장 크고 오래 산다. 2000년 가까이 되는 수명과 흰색 꽃이 우주 창조를 상징해 아프리카에서는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1일 "국내 식물원에 전시된 바오밥나무 중 최초로 7월 22일부터 10㎝ 크기의 흰 꽃이 피어났다"고 밝혔다. 이 나무는 2012년부터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지중해관에서 전시됐으며 생태원 연구진이 5개의 꽃봉오리를 지난달 17일 처음 발견했다. 바오밥은 국내에서 국립생태원을 비롯해 포천 국립수목원, 제주 여미지식물원 등에 전시돼 있으나 꽃을 피운 것은 처음이다.
처음 개화한 꽃은 안타깝게도 이틀 뒤 떨어졌다. 이후 꽃봉오리 두 개가 더 피었으나 마찬가지로 이틀 뒤 낙화했다. 현재는 2개의 꽃봉오리만 남았다. 국립생태원은 "전문관리원이 지속적으로 보호한 결과 바오밥나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것 같다"며 극히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바오밥이 개화에 성공한 원인을 추측했다.
바오밥은 마다가스카르섬에 6종, 아프리카에 2종, 호주에 1종 등 세계적으로 9종이 분포한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꽃을 피운 것은 아프리카 바오밥나무(Adansonia digitata)다. 국립생태원은 이 밖에도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수아레스 바오밥, 자 바오밥, 호주 바오밥 등 4종을 더 보유하고 있다.
최대 높이 20m까지 자라는 바오밥은 수십년을 자라야 비로소 매년 여름에 꽃을 피운다. 꽃은 저녁 무렵에 피며 향기가 강하고 많은 꿀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피어난 꽃은 야행성인 박쥐나 나방 등을 통해 수정됐다가 통상 2~3일 내에 갈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져 볼 기회가 흔치 않다. 열매는 길이 10~20㎝, 지름이 8~15㎝ 정도로 보통 개화 후 3~4개월이 지나면 완전히 익는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은 "국내에 바오밥의 꽃가루받이를 하는 박쥐나 나방이 없고 온실 안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열매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어린왕자'에서 작은 별에 구멍을 뚫어 산산조각을 내는 '무서운 씨앗'으로 등장했던 바오밥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생명의 나무'로 불린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에 수분을 가득 저장해 건조한 기후를 견뎌내고 결국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쓰임새가 많아 원주민이 전통약제나 로프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나무 윗부분에 몰려있는 줄기가 뿌리처럼 생겨서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아프리카에서 생명의 나무로 신성시되는 바오밥나무가 국내에서 꽃을 피운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며 "마침 국립생태원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와 사막여우를 모두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