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 연극 및 영화의 르네상스맨’ 샘 셰퍼드 타계

입력 2017-08-01 02:25 수정 2017-08-01 02:29
2011년 샘 셰퍼드의 생전 모습. 그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해 오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타계했다. AP뉴시스

미국 현대연극의 대표 극작가이자 배우, 연출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 샘 셰퍼드가 73세로 타계했다. 미국 언론은 루게릭병을 알아온 셰퍼드가 지난 7월 27일 켄터키주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3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셰퍼드는 수의사를 꿈꿨지만 LA 인근 마운트 샌앤토니오 대학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들을 읽은 뒤 연극에 매료됐다. 1962년 대학을 중퇴한 그는 뉴욕에서 웨이터 일을 하면서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전위연극의 각본을 쓰거나 연기를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시적인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 폭력과 환상이 어울어진 그의 초기작들은 자주 논란을 일으켰다. 1966년부터 연속 3년간 오비상을 수상하며 히피세대를 대표하는 그로테스크한 극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주관적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로 꼽히는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의 ‘나와 내 동생’(1968),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자브리스키 포인트’ 등의 시나리오를 쓰며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초의 집단 누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 캘커타’(1969)의 각색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밥 딜런 밴드의 세계투어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레날도와 클라라’(1878)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 역시 자신이 드러머로 참여한 록그룹 ‘홀리메달 라운더스’와 함께 딜런의 세계투어에 동참했다. 이후 그는 1987년 딜런의 음반 ‘녹트 아웃 로디드’ 중 11분짜리 곡인 ‘브라운스빌 걸’의 가사를 같이 쓰기도 했다. 

 젊은 시절 실험정신이 돋보였던 그는 1979년 희곡 ‘매장된 아이’로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매장된 아이’는 기아계급의 저주’(1977), ‘트루 웨스트’(1980)와 더불어 ‘가족 3부작’으로 꼽힌다. 이후 그의 작품들은 미국적 신화의 붕괴와 가족 해체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소설 ‘모텔 연대기’를 바탕으로 빔 벤더스가 쓴 칸느영화제 그랑프리 작품 ‘파리, 텍사스’(1984)나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 ‘사랑의 열정’(1985)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는 영화배우로도 적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천국의 나날들’(1978), ‘필사의 도전’(1983), ‘파리 텍사스’(1984), ‘베이비붐’(1987), ‘철목련’(1989), ‘사랑과 슬픔의 여로’(1991), ‘붉은 사슴비’(1992), ‘펠리칸 브리프’(1993), ‘삼나무에 내리는 눈’(1999),  ‘노트북’(2004) ‘돈 컴 노킹’(2005) 등이 있다. ‘필사의 도전’으로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한편 그는 평생 여러 여자를 만났지만 여배우 오-랜 존스와 15년 결혼 관계를 유지했고, 스타배우 제시카 랭과는 3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로 지냈다. 그리고 두 반려자 사이에서 3명의 자식을 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