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2017-국가본색’ 9일 개막… 주장 일변 정치극 탈피할까

입력 2017-07-31 15:52 수정 2017-07-31 16:10

박근혜 정권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서 연극계는 예술계에서 가장 격렬하고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특히 지난해 21개 연극단체가 참여해 5개월간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개최한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페스티벌은 연극적 방식의 집합체였다. 김재엽 윤한솔 문삼화 류주연 부새롬 김수정 이양구 이은준 이해성 이경성 등 30~40대 연출가들이 이끄는 극단들이 대거 참여,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권리장전2016-검열각하’는 작품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참가작 중 총 40회의 공연이 매진 및 추가 공연으로 이어졌고, 극단 파수꾼의 ‘괴벨스 극장’(오세혁 작·이은준 연출)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여기에 참가 연극인들은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서울연극협회의 특별상 등을 모두 거부하며 기성의 권위와 제도에 속하지 않겠다고 밝혀 신선한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도 ‘권리장전’이 젊은 연극인들이 참여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오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열리는 ‘권리장전2017-국가본색’. 검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국가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정치극 페스티벌을 지향한다. 5개월간에 걸친 국민들의 촛불시위 끝에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가의 영향력 행사와 국가의 권력 행사에 대응하는 국민의 모습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열각하’의 경우 대부분의 참여단체가 발기인을 중심으로 동시대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단이었다면 올해 ‘국가본색’은 권리장전 공식 SNS를 통해 직접 신청을 받았다. 극단 씨어터백, 극단 시지프 등 신생 극단을 중심으로 21개 극단이 참가한다. 

 ‘국가본색’ 주최측은 축제에 앞서 5월부터 역사학자 심용환, 사진작가 이재갑 등을 초청해 국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참가 아티스트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다만 과제는 참가 작품의 완성도다. 지난해 ‘검열각하’의 경우 ‘괴벨스 극장’ 외에도 극단 드림플레이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김재엽 작·연출)와 극단 해인의 ‘씨씨아이쥐케이’(이양구 작·연출) 등 몇몇 작품은 호평을 받았지만 상당수의 작품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정권 교체로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이 바뀌면서 올해는 깊은 성찰이나 미학 없이 주장 일변도로 가서는 더더욱 관객에게 다가설 수 없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