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의 협상 과정 및 합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시켰다. 특히 지난 12·28 위안부 합의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지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3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위안부 TF)의 1차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장관 직속 위안부 TF에는 오태규 위원장을 비롯해 한일관계, 국제정치, 국제법,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위원 및 외교부 부내위원 등 총 9명이 참여했다. 외교부는 위안부 TF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위안부 TF 운영 방안 및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위안부 TF는 위안부 합의 관련 협의 경과 및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평가하기로 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 중시주의를 견지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및 관계자들의 의견도 청취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정부 시절 12·28 합의에서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해 위안부 할머니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회의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에게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위안부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어 “별도 지원팀을 통해 위안부 TF 위원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위안부 TF는 연내 최종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최종 결과는 대외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다.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가진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직시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명확한 입장도 밝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위안부 TF 점검 결과가 향후 합의 재협상 또는 파기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위촉된 위원은 오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오 위원장은 한겨레신문 논설실장,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한 언론계 출신 인사로 최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과 외교부 동국아시아국장 출신의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에는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황승현 국립외교원 교수, 백지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유기준 외교부 국제법률국 심의관이 이름을 올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