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모 대장의 가족이 공관병과 조리병을 ‘노예부리듯’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사령관의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근무중인 공관병, 조리병의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며 “공관병에게 텃밭 관리, 간식 조리, 아들 옷 세탁 등 지극히 사적인 일에 동원했고, 조리실에서 칼을 뺏어 휘두르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군 인권센터는 “장병 표준일과와 무관하게 지휘관의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에 맞춰 시중을 들고 허드렛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 취급하는 그릇된 행태”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고, 송영무 국방장관이 군내 반인권적 행태를 근절하겠다고 한 때에 공관병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군 인권센터가 밝힌 박 사령관의 가족들이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한 ‘갑질’ 사례들이다.
◇쇼파에 떨어진 발톱·각질에 폭언 쏟아낸 사령관 부인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의 부인은 공관병들을 몸종처럼 부렸다. 공관 청소와 요리, 빨래 뿐 아니라 안방 블라인드 치기, 거실 쓰레기 줍기까지 시켰다. 쇼파와 바닥에 발톱 각질이 떨어져있는 것까지 청소를 시켰고,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청소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폭언이 쏟아졌다.
◇조리실에서 칼 뺏어 휘두르고 과일 집어던져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위협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미나리를 다듬고 있는 조리병의 칼을 갑자기 빼앗은 뒤 도마를 치며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소리를 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칼을 허공에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같은 반찬이나 요리를 내와도 기분에 따라 반응이 갈리기도 했다. 하루는 반찬이 맛이 없다며 소리를 지르다가 1~2분 뒤에는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조리병들은 사령관의 부인의 분노조절 장애를 의심했다고 군 인권센터는 밝혔다.
◇사령관 아들 간식 챙기기에 휴가 나온 아들 빨래까지
공관 조리병은 밤에 대기하고 있다가 박 사령관의 맏아들이 집에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줘야 했다. 공군병사로 복무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라도 나오면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에게 아들 빨래를 시켰다. 런닝 등 속옷 빨래에 대해 “런닝에 주름이지지 않았느냐. 다림질을 하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운전 부사관은 둘째 아들이 부대로 복귀할 때면 관용차에 태워 배웅을 하는 등 차량도 사적으로 운용했다는 게 군 인권센터의 설명이다.
◇외부 접촉 통제로 신고 전화도 못해
이런 ‘갑질’이 일상화됐는데도 공관병들은 신고하기가 어려웠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었고, 사령관이 공관병 외출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20~30분 거리에 있는 본부중대 전화를 쓰기도 불가능했다.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의 면회나 외박, 외출까지 철두철미하게 통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