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스트레스 체감도는 학생, 성인 가릴 것 없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학생의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에 달했고, 성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1번째로 낮았다. 국내 영역별로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27일 발간한 국민건강증진포럼에 실린 송선미 부연구위원의 ‘스트레스 관리: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우선 국내 영역별로 한국인들은 직장-생활-학교-가정 순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부연구위원이 전국 2만5000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2008년부터 격년 주기로 시행하는 통계청의 스트레스 조사를 분석한 결과, 조사연도를 통틀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08년 77.8%, 2012년 72.9%, 2016년 73.4% 등으로 직장인의 75% 정도가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전반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54.8%였다. 30~49세 응답자의 62.4%가 다른 연령대보다 스트레스가 높았고, 이밖에 교육 정도가 높고 이혼상태일수록 스트레스가 높았다.
학교에서의 스트레스가 52.9%로 뒤를 이었다. 성별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났는데, 여학생은 59.1%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해 남학생(47.3%)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학교별로는 대학생 이상(58.4%)가 가장 높은 스트레스 비율을 보였고, 고등학생(54.4%), 초·중학생(41.7%) 등 학령이 낮아질수록 스트레스도 낮아졌다.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한 응답자 비율은 42.7%였다. 가정 스트레스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 54.8%로 기혼자(46.8%), 미혼자(33.3%)보다 많았다. 또 가정 내 역할 분담과도 관련이 있어 여성의 스트레스 비율(49.4%)이 남성(35.7%)보다 훨씬 높았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인의 높은 스트레스 체감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2015년 OECD 회원국 35개국 15~16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 조사(PISA)에서 청소년들이 전반적인 삶에 만족하는 정도를 0~10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OECD 평균은 7.3점이었다. 반면 한국 청소년들은 6.4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또 OECD 평균인 11.8%의 두 배에 달하는 21.6%의 학생들이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업 불안지수도 높았다. OECD 회원국 청소년들은 평균 36.6%가 공부할 때 매우 긴장한다고 응답한 데 비해 한국 청소년들은 41.9%가 이같이 응답했다. 시험이 어렵게 나오거나 학교 성적이 낮게 나올까봐 걱정하는 학생 비율도 한국은 각각 69.1%, 74.6%로 OECD 평균(59.3%, 65.7%)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성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OECD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OECD 평균은 6.5점(10점 만점)이었으나 한국 성인의 평균은 5.8로 38개국 중 31위였다. 특히 주관적으로 본인이 ‘건강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5년 조사 기준 OECD 평균(68.8%)의 반토막 수준인 35.1%로 이 또한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 직장환경의 질은 OECD 평균이 0.5점인 표준점수로 변환했을 때 평균보다 낮은 0.43으로, 직장에서 시간압박과 강압적 지시 등의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만성화된 스트레스는 우울, 불안장애, 당뇨, 암 등의 질환을 야기할 수 있고 사회 안녕에도 위협이 된다”며 “개인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개발·확산하고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 및 사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통합적인 정책들이 강력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