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교수가 200만원대의 후원금을 요구했습니다"라는 학생의 제보가 올라왔다.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이 학생은 교수와의 문자 내용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학기 1학점짜리 운동 수업을 들었던 이 학생은 출결 문의로 교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따로 공지를 받지 않아 시험기간에 수업에 나가지 않았던 그는 불안한 마음에 담당 교수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그 후 교수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시험기간에 수업이 있었지만 "평가 날짜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불찰도 있고 성실히 수업에 참여했으니 참작하겠다"고 전했다.
이 통화를 필두로 교수의 요구는 시작됐다. 다음날 교수는 이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망설이는 목소리로 "뭔가를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교수는 제자에게 "연구 후원금을 책정한 만큼 받아야 그만큼 지원금이 나온다"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더니 "혹시 조금 도와줄 수 있느냐, 2주 후에 돈을 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는 제보 학생은 단둘이 통화하는 상황에서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워 "얼마 정도 후원하면 도울 수 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교수는 "한 200정도 되겠니?"라고 답했고 학생은 "교수님 제가 학생이고 용돈 받아 생활하는 입장에 200이 어디 있겠습니까"하고 되물었다. 학생의 완곡한 거절에도 교수는 "그럼 150정도면 가능하겠냐"며 계속 후원금을 요구했다.
"제정신인 사람이 아니다 싶었다"던 제보자는 "저는 지금 가진 전 재산이 20만원 정도다, 어렵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를 향해 교수는 "그럼 20만원도 괜찮으니 우선 20만원을 보내주고, 다른 친구나 선배들 알아봐서 180을 빌려서 200을 채워달라"고 했다. 학생은 "아는 선배도 없다"고 맞섰으나 교수는 "아니 꼭 선배가 아니어도…학교 사람만 말하는 건 아니잖아. 어디 잘 알아봐봐"라고 말했다.
제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교수는 "같이 수업을 들었던 너의 친한 선배는 이미 후원을 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제보자는 "대충 알아보겠다"고 둘러대고 일단 전화를 끊었지만 그 뒤로도 자꾸 전화가 왔다. "거의 스팸처럼 한 번에 3~4통씩 왔다"는 제보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 후에도 계속해서 전화가 왔고, 첫 통화 8~9일 뒤엔 마지막 전화가 왔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돌아봐도 황당하고 열받네요"라는 그는 "학생을 만만하게 보는 건지 뭔지…전임교수이든지 시간강사이든지를 떠나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사람의 행동이 맞나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수가 "통화할 때 자신의 호칭을 '선배'라고 했다"며 "20년 차이나는 후배에게 그게 선배로서 할 짓인지, 떳떳하게 선배라고 말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들 가르칠 자격도 없고요"라며 일침을 가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