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인정·핵보유국 지위 노림수… “美 본토 기습타격하겠다” 과시

입력 2017-07-29 20:19

북한이 지난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 14형’을 재차 쏘아올린 것은 자신들이 미국 본토 기습타격 능력까지 갖췄음을 과시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 미국을 더욱 압박해 체제 인정과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는 평소와 달리 밤늦은 시각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 발사대에 매우 근접한 곳에 나무 수 그루가 심어진 모습이 포착된다. 지난 4일 화성 14형 1차 시험발사 때 탁 트인 평지에서 실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9일 “발사 시간을 야심한 밤으로 선택한 점, 장소도 자강도를 선택한 것은 기습발사를 통해 허를 찌른 것”이라면서 “한·미 당국이 아무리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감시하더라도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을 오전 이른 시각 평안북도나 강원도, 함경남도의 해안가에서 동해상을 향해 발사해왔다. 시야 확보가 쉽고, 미사일이 중간에 폭발하더라도 잔해 낙하로 인한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화성 14형 2차 발사를 통해 대미(對美) 기습타격 능력과 함께 미사일 신뢰도도 상당 수준에 올랐음을 과시했다.

미국 언론은 발사 수일 전부터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시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정황이 보인다고 보도해왔다. 북한이 구성시에서 움직임을 노출한 뒤, 실제 발사는 전혀 다른 것에서 진행하는 ‘성동격서’ 전략을 썼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직후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됐다”면서 “미 본토 전역이 우리 사정권 안에 있음이 뚜렷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체제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국제사회의 끈질긴 비핵화 요구에 ‘비핵화는 불가하며 핵군축 대화에만 응할 수 있다’고 응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 테이블로 미국을 끌어내기 위해 미 본토 기습타격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도 파장이 적지 않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사실상 전면 거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맞춰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사실상 ‘남북관계와 핵·미사일 개발은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명령서에 서명한 날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군사당국회담 일자로 제안한 지난 27일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회담에 응할 생각이 처음부터 전혀 없었음이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핵·미사일 고도화 로드맵을 밟는 도중에 남북대화를 열어 ‘스텝’이 꼬이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다음달 1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제안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졌다. 다음 달 중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면 북한은 또다시 크고 작은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연이은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강국이 돼 한·미와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김정은의 호전성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