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경기에서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명장면이 나왔다. 황목치승의 홈 슬라이딩은 패색이 짙던 LG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LG는 이날 넥센과의 경기에서 9회 말 대역전승을 거뒀다. 황목치승의 활약이 돋보였다. 2루에 있던 그는 이형종의 우전안타 때 홈으로 슬라이딩해 들어왔다. 심판 판정은 아웃. 자칫하면 추격의 분위기가 끊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목치승은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고 판정은 뒤집어졌다. 홈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포수의 태그를 피해 왼손으로 홈을 먼저 터치한 것이 느린 그림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황목치승의 플레이로 동점을 만든 LG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귀중한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황목치승은 경기 후 “비디오 판독을 할 때 한 번만 살려 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간절하고 절실한 모습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야구선수로서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본 대학 재학 시절 연습경기 중 주자의 스파이크에 무릎을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결국 야구를 포기하고 2011년,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친 무릎 때문에 군 면제 판정을 받았고, 2012년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하며 다시 배트를 잡았다. 2013년 10월 2일, 한국 프로팀 입단이 꿈이라던 황목치승은 신고선수로 LG의 부름을 받았다. 이듬해 7월 15일 생애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사실 그는 ‘특이한 이름’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그의 성 ‘황목’은 일본인 할아버지의 성 ‘아라키’의 한자를 우리말로 쓴 것이다.
팬들에게 황목치승이란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7월 29일, 내야안타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고, 그 안타는 LG의 승리를 이끈 결승타가 됐기 때문이다.
황목치승은 “지금은 백업이지만 제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특이한 이름에서 기억될 이름이 되길 꿈꾸고 있다.
진채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