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 박환성, 김광일 PD의 유해가 어제 한국으로 돌아온 가운데 김광일 PD 아내 오영미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오씨는 지난 22일 남편 페이스북에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부심 넘치고 열정적으로 일했던 김광일PD! 너무 열악한 방송 환경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던 그 사람은 떠났다”며 글을 게재했다.
그는 “남편은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내가 만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변할 수 있고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면 뭐든 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하나의 빛이 될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현실에 굴복하면서 살았던, 방송계의 공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또 두 아이들의 아빠, 어느 동생의 형, 어느 부모의 장남으로써 다양한 역할 속에서도 그 사람은 열심히 살았다. 서른여덟 젊은 나이에 그는 이 세상에서 떠났다”고 적었다.
이어 “모든 역할을 완성시키기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그 사람이 바라던 방송계의 판을 바꾸는 시도는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 안타까운 소식이었지만, 또 너무나 힘들게 달려온 그 사람이기에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싶다. 방송 선후배에게 기억에 남고,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PD로 마지막을 빛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가 아닌 박환성PD와 함께이기에 그나마 그 길이 외롭지 않기를, 사후세계에서, 그 사람 꼭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나에게 언제나 희망이고 행복이었던 사랑하는 그 사람과 나의 마지막 대화를 남긴다”며 남편과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벌써 일주일 지났네, 이주일 남았는데 아직 멀었구나. 보고 싶다” “이번엔 정말 집에 가고 싶다. 사랑해” “문단속 잘하고 잘자”등 촬영지 남아공에서도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걱정하는 김 PD의 마음이 담겨있다.
김 PD는 지난 14일 아내에게 “이동 중”이라는 문자를 끝으로 회신이 없었다. 오씨는 “대체 당신은 어디로 이동하려고 했던 걸까. 먼 곳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릴 그 사람, 너무 안타깝고, 아프고, 또 아프다. 춥고, 배고프고, 집에 너무 오고 싶었다던 당신. 나도 너무 애타게 그립다”며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8일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던 두 PD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오씨는 시신 수습과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지난 23일 남아공으로 떠났다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유작에 대한 완성 그리고 고인들이 원했고 바꾸고자 했던, 독립PD가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박환성 PD는 남아공으로 출장을 떠나기 전, 지상파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한바 있다.
박환성 PD와 김광일 PD의 유해는 27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고인들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 19일 만이다. 두 사람의 합동장례는 27일부터 30일까지이며 29일 오후 1시 영결식이 열린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