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호프미팅서 포착된 탁현민 ‘피곤한 얼굴’

입력 2017-07-28 17:02 수정 2017-07-28 17:14
KBS 뉴스 캡처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조만간 청와대를 떠나겠다”고 밝힌 후에도 청와대 주요 행사들을 주도하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 미팅’ 역시 탁 행정관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NS에선 여전히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지난 19일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노타이, 무선마이크 사용 등 파격적인 진행 방식이 이루어졌다. 행사 다음날인 2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마이크를 켜고 전날 행사를 호평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정운영계획, 국정과제 발표를 보셨다"면서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진행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개막식을 200일 앞둔 2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이 강원도 전통 음식 시식 행사장에서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27~28일 이틀간 열린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는 맥주 한잔을 나누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미의 ‘호프 미팅’으로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마다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형식적인 상견례를 가졌던 관행을 탈피한 것이다. 호프 미팅은 중소업체인 세븐브로이의 맥주가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등극하고,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자연주의 셰프 임지호씨가 안주를 담당해 더욱 화제가 됐다.

KBS 뉴스 캡처

탁 행정관은 공연 연출·기획자 출신이다.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 기획자로 이름을 알렸고, 2012년엔 민주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그런데 청와대에 입성한 후 그의 과거 저서가 도마에 올랐다. 2007년 출간된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 수록 자유로워지다’, 2010년 출간된 ‘상상력에 권력을’ 등에서 성매매 옹호, 여성 비하 등의 표현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콘돔의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열정적이고 화끈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면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냥 하는 수밖에···” (남자 마음 설명서)

“(중학생과의 첫 경험을 언급하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 없었다.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말할 수록 자유로워지다)

“청량리588로부터 시작하여 터키탕과 안마시술소, 전화방, 유사성행위방으로 이어지는 일군의 시설은 나이트클럽보다 노골적으로 성욕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어찌 예절과 예의의 나라다운 모습이라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상력에 권력을)

이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선 ‘#그래서_탁현민은’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하며 비난이 거세졌다. 야권도 탁 행정관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청와대 행정관의 성 윤리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한 잣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네티즌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탁 행정관의 거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탁 행정관은 지난 5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8일 SBS 인터뷰에서 “날짜까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다만 사퇴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