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기업인 호프 안주에 담긴 메시지… 오늘 주인공은 '황태'

입력 2017-07-28 14:12

추운 겨울날 명태는 큰 덕장에 걸려 꽁꽁 언다. 하지만 겨울에도 해는 있다. 그 아래서 꽁꽁 언 명태는 몸을 녹인다. 차가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얼고 녹기를 수차례. 명태는 서서히 건조되면서, 빛이 누렇고 살이 연하며 쫄깃한 육질에선 깊은 맛이 나는 황태로 변한다. 이 황태절임이 대통령과 기업인 간 호프미팅의 주메뉴로 올라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상생협력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2일차 간담회를 이어간다.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참석한다.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은 간담회를 주선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참석한다.

이날 호프미팅의 안주로 황태절임이 준비된다. 청와대는 “추운 겨울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처럼 상생의 길은 멀고 험하다”면서도 “그 과정을 겪어야만 한 마리 황태가 만들어지듯, 많은 갈등과 대립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황태절임의 의미를 설명했다. 향후 재벌개혁, 법인세 인상 등 갈등적 요소가 곳곳에 배치된 상황에서 이를 잘 극복해나가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동그랗게 원을 만든 호두·아몬드·땅콩 안주와 수박 속을 비운 뒤 치즈와 함께 내는 안주도 선보인다. 청와대는 “씨앗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 자리가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수박과 치즈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어울리지 못할 것은 없다”며 “수박과 치즈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맥주는 전날과 같이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의 맥주가 제공될 예정이며, 40여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자연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방랑식객’이라 불리는 임지호씨가 안주를 준비한다.

호프타임에 이어 상춘재에서 진행될 식사에도 황태가 묵은지·김치와 함께 올라온다. 청와대는 “숙취해소와 간에 좋은 황태와 항암효과와 항산화작용을 하는 묵은지 그리고 면역증진 효과와 순환기 개선에 효과적인 김치는 우리 음식 중에 가장 신비한 음식”이라며 “이 음식을 먹는 분들은 누구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안고 있는 분들이고 국민들은 이들이 상생의 해법을 찾아내길 바랄 것이기에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맑아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 음식을 내 놓는다”고 밝혔다. 이밖에 콩나물밥과 오이냉채, 부추김치와 장조림 등이 올라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