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영웅' 故 김원기, '10억 빚더미' 사연 재조명

입력 2017-07-28 10:06
사진=뉴시스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씨가 향년 55세로 별세한 가운데 빚보증을 잘못 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씨는 전라남도 함평 출신으로 1983년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그 후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로는 올림픽에서 획득한 2번째 금메달 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 빚보증을 잘못 서 빚더미에 앉았다. 2014년 SBS 좋은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마흔이 넘어 전 재산을 잃고 빈털터리가 됐다"고 토로하며 "친구의 어려움을 지나칠 수 없어 보증을 서다보니 10억이 넘는 빚더미에 앉게됐다"고 밝혔다.

아내 역시 힘든 생활을 겪어야 했다. 우울증도 왔다. 생활비를 위해 보험 판매원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김씨의 아내는 "100만원도 없었다"며 "이게 사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남편이 따뜻하게 대해줘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이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가 삼성생명 보험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빚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잃었다. 김씨는 방송에서 "다시 맞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메달리스트로서의 자존심도 버리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아내와 합심해 노력한 결과 조금씩 생활이 나아졌다. 그 결과 작은 회사의 대표도 됐다. 김씨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힘겨워도 시련은 항상 끝이 있다"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27일 부인과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을 등반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19 산악구조대의 헬기로 급히 병원에 이송됐지만 심장마비로 숨졌다. 유족으로는 부인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1일 오전 8시에 치러진다.

박은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