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간에서 시작한 교회가 양평 아동청소년들을 살렸다고”

입력 2017-07-28 00:06 수정 2017-07-28 01:48
“99년에 양평의 창문도 없는 돼지우리간에서 남이 버리고 간 강대상을 가져와 시작한 교회가 지금은 발디딜 틈이 없는 교회가 됐습니다.” 
전철 양평역에서 5분거리에 위치한 포도나무동산교회 성도들이 28일 기독교하나님의성회총회(서대문측) 주최로 열린 제2회 기하성 목회자 컨포런스에 참석하기위해 교회를 방문한 목회자들을 위해 길안내를 하고 있다. 교회는 작은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주일마다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성도들이 몰려들어 계단에 앉아 예배를 보는 성도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평=정창교 기자

포도나무동산교회 정왕훈(56) 목사는 28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에 자리잡은 포도나무동산교회에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서대문측) 주최로 열린 목회자컨포런스 주강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내 3곳에서 아동 및 청소년 지역아동센터에 참가하고 있는 교사들이 중심이 된 찬양대가 28일 기하성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감동적인 찬양을 하고 있다. 정동균 기하성 총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찬양대를 만났다"고 극찬했다. 양평=정창교 기자

정 목사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교회 개척 직후 대접받는 목회를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목회를 하자고 결심한뒤 비만 오면 수해로 침수가 되는 교회를 섬기면서 독거노인들의 집고쳐주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양평 포도나무동산교회 정왕훈 목사가 28일 기하성총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지역아동센터와 밥퍼 목회 사역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양평=정창교 기자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 목사는 파산상태에 직면했다. 교회월급은 고사하고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몸이 크게 상하자 1년만에 그 일을 접고 정수기 1대를 사서 정육점 냉동창고 빈칸을 활용해 PT병에 물을 얼려 강남콩 파는 할머니 등에게 1일 800~1000개의 시원한 생수를 보급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물을 보급하는 일도 1년만에 허리가 아파 더이상 할 수 없었다”며 “그때 전재산 80만원을 들고 방산시장에 가서 솥단지를 사와 시작한 ‘양평 밥퍼’ 사역을 13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10년동안 이 일을 어렵게 지속해오면서 단돈 5만원이 아쉬울 때도 많았다”며 “밥퍼 현장에서 만난 조손가정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사역과 병행하다보니까 10년이 지나면서 하나님이 역사하기 시작하셨다”고 강조했다.

30명이 2~3명으로 줄던 교회가 어느 날부터 밥퍼 현장에서 만난 전국의 노인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정 목사가 직접 지하 교회를 2층으로 만드는 목공공사까지 했지만 강대상까지 성도들이 밀려들고, 자리가 없어 계단까지 앉아서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정 목사는 “대예배때 250명이 작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보니까 에어컨 3대를 다 틀어도 더울 정도로 발디딜 틈이 없다”며 “‘너무 너무 좋아서 온다’는 성도들이 비가 오든 천둥이 치든 이 작은 지하교회로 몰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더이상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교회를 신축하지 않고 체육관을 빌려 예배를 드리겠다는 속내도 밝혔다.
 
 정 목사는 “다른 길을 가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한 결과 지금 시작점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하나님이 좋은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기대가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교회는 늘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목사는 “올해부터 2년간 자력으로 운영해야하는 청소년센터에 월 6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자신들이 받는 월급을 스스로 줄여 250만원가량을 기부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 교회 성도들이 지도자로 참여하고 있는 별빛누리 청소년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월 문을 연 뒤 양평지역 전체 청소년 2000명 중 1350명이 회원으로 등록해 1일 150명이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평읍내와 용문지역에서 아동청소년 사역과 밥퍼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 교회는 아동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다음날 찾아가주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교회는 2004년 장날 생수나눠주기에 이어 2006년 4월 양평역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하고, 같은 해 8월 용문역에서 사랑의 밥퍼 활동을 실시한 결과 요즘도 150~300명의 노인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회의 구제사역은 청소년 사역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 2012년 양평군 청소년문화축제를 기획한 것도 이 교회 성도들이었다. 2014년 사단법인 빈야드포칠드런을 설립해 지역사회 연대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올해는 양평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거리의 농협 건물에 별빛누리 청소년 공간을 확보해 위탁운영을 하게 됐다.

이 교회 성도들이 주도하는 포도밭에아이들 지역아동센터는 전국 최우수 지역아동센터상을 받기도 했다. 정원보다 많은 아동들이 대기자로 등록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기적같은 일도 가끔씩 일어난다. 수원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양평역에 온 한 시민은 3600만원짜리 수표를 놓고 갔다. 일산에 사는 할머니는 2시간동안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1시간30분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한뒤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 돈은 별빛누리 청소년 공간의 바닥재를 까는데 활용됐다. 돈이 없어 정 목사와 성도들이 인터넷을 검색해 직접 시공했다.

이 교회 성도들은 말한다. “목사님이 직접 앞에서 일을 하신다”며 “우리는 (정목사님을 통해)예수님을 보는 감격을 느끼며 평생 헌신할 것을 다짐하곤 한다”고 했다. 가난한 교사들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세상으로 나가 사역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정 목사는 “전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겠다”며 “끝까지 할 사람에게 사역을 물려주고 또한번 교회를 개척해 교회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