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 세워진 ‘인권자주평화다짐비(이하 다짐비)' 발목에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진 사진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이 자전거주인이 “소녀상에 세워둔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났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4일 페이스북에는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마산 오동동 평화의 소녀상 발목에 자전거 자물쇠를 채워 놓다니, 시민정신의 실종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다짐상’ 발목에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오동동 문화의 거리를 지나다 다짐비 발목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인근에 전봇대 등 자전거 자물쇠를 채울 곳이 많았는데 이런 행동을 한 것은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글 밑에는 “자전거 주인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거나 ”소녀상에 저런 행동을 하다니, 국민의 한사람으로 가슴 아프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 등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이 자전거는 25일 오전에 사라졌다. 마산동부경찰서와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 시민모임'에 따르면 "27일 새벽에도 '다짐비'에 자전거가 채워져 있었으며 지난 24일 채워졌던 자전거와 동일한 자전거"라고 밝혔다.
'다짐비'에 자전거를 묶어놓은 사람의 신원은 이날 오전 밝혀졌다. 누군가 바퀴에 펑크를 낸 것을 발견한 자전거 주인이 오전 9시 30분쯤 직접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마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자전거를 마땅히 묶어 놓을 곳이 없어서 ‘다짐비’에 채워뒀는데 누군가 자전거를 펑크 내놓았으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파손된 흔적이 없고, 악의적으로 자전거를 세워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조사 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2015년 8월,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 세워진 ‘다짐상’은 시민단체들이 시민모금 운동을 통해 16㎡ 규모로 세워졌다. 김영만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다짐비’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짐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지난 3월 부산에서도 자물쇠로 중고 자전거를 묶어 놓고 사라지는가 하면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선전물을 붙이거나 쓰레기 봉지를 가져다 놓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소녀상을 보호하는 조례 제정이나 공공조형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