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농구팬 가슴에 불지핀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

입력 2017-07-27 16:41
사진=최현규 기자

생애 첫 한국 나들이에 나선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한여름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2017 언더아머-스테픈 커리 아시아 투어 라이브 인 서울’ 행사가 열린 27일 서울 장충체육관. 꼭두새벽부터 한국 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체육관 주변에 일렬로 서서 자신이 입장할 차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2016-2017 NBA 파이널 우승을 이끈 ‘슛도사’ 커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진=최현규 기자

“안녕하세요”. 커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모습을 드러내자 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가 코트에 울려 퍼졌다. 이를 보고 환하게 웃던 커리는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오늘 즐기러 왔다”며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500여명의 팬들이 찾아왔다. 커리는 한국 팬들과 어울려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는 농구 클리닉, 공을 들고 장애물 사이를 넘나드는 스킬 챌린지, 하프라인 슛, 3점슛, 5대 5 미니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팬들은 드리블, 패스 등 커리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열광했다.

사진=최현규 기자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커리의 잘하기로 소문난 ‘하프라인 슛’ 대결이었다. 커리는 첫 방한에 긴장한 탓인지 5번의 슛을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형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동생 세스 커리(댈러스 매버릭스)가 1개를 성공했다. 그래도 커리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커리보다 더 신난 사람도 있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골수팬 신현빈(27)씨다. 그는 커리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하프라인 슛을 성공했다. 그리고는 커리가 NBA 경기에서 종종 선보였던 골 세리머니를 완벽히 재현했다. 자신을 따라하는 모습을 본 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씨와 엉덩이를 서로 맞부딪치며 반겨줬다.

사진=최현규 기자

신씨는 “혹시나 슛을 넣을까봐서 커리의 세리머니를 준비했죠.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서 날아갈 듯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커리는 신씨에게 자신의 사인 농구화를 선물한 뒤 직접 신겨주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커리는 “한국 팬들이 보여준 열정에 감동했다. 오늘 행사로 많은 팬들의 에너지를 느꼈고, 좋은 기운을 받아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농구 클리닉 등에 참가한 한국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많다. 저와 동생 세스 커리의 모습을 보고 한국 선수들도 ‘언젠가 나도 NBA에서 뛰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커리는 한 시즌 최다 3점슛(402개), 157경기 연속 3점슛(1위) 등 NBA의 각종 3점슛 기록을 세우며 현대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지난해 NBA 사상 첫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지난 1일 커리는 골든스테이트와 5년 총액 2억100만 달러(약 2300억원)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 자신의 몸값을 NBA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