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잔반 먹던 유기견 토리, 퍼스트 도그 '문토리' 됐다

입력 2017-07-27 14:18

(사진=청와대 제공)

네 살 유기견 토리가 청와대에 공식 입성했다. 두 달 반가량 토리의 입양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려온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토리를 품에 안았다.

지난 5월 초 대선 유세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를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토리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인 소위 못생긴 개다.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에서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양 결정 이후 토리는 치료·건강검진·예방접종을 받으며 입양 절차를 밟아왔다.

(사진=동물보호단체 케어 제공) 토리가 처음 발견됐을 때의 모습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토리를 발견·구조한 2015년 10월, 토리는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의 한 폐가에 묶여 있었다. 눈과 입은 덥수룩한 털로 덮여 있었고, 60㎝의 짧은 목줄에 묶여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밥그릇에는 썩어가는 잔반이 들어 있었다.

당시 토리의 주인은 어디선가 개들을 데려와 학대하다 결국 잡아먹곤 했다. 다행히 토리는 식용으로 도살되기 직전에 구조됐지만, 구조 뒤에도 '못생긴 검정 강아지'라는 이유로 입양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입양 결심과 함께 토리는 '문토리'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사진=청와대 제공)

토리를 맞이한 문 대통령은 입양 확인서에 서명하고 토리의 성격과 습성이 적혀 있는 자료와 강아지 용품을 받았다. 토리는 자율급식을 선호해 늘 밥그릇에 밥을 놓아두어야 하고 갑작스럽게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한다. 또 폐가에서 학대하던 전 주인이 남자였기 때문에 남자를 특히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런 주의사항이 무색하게도 토리는 문 대통령의 품에 얌전하게 안겨 있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토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산책이다. 폐가에서 짦은 목줄에 묶여 있던 사연이 있어서인지 토리는 산책을 아주 좋아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토리가 남자를 경계하긴 하지만 산책을 같이 나가면 금방 친해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해마다 1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새 주인을 찾지만 30만 마리가 버려진다"며 "토리를 아껴주시는 것만큼 유기견, 유기묘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