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기 충돌 조류 1위는 '종다리'…해마다 증가 추세

입력 2017-07-27 12:00
종다리. 출처=국립수목원

국내 공항 상공에서 비행 중인 항공기와 가장 많이 충돌하는 새는 '종다리'로 조사됐다. 전체 10.8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멧비둘기(5.92%) 제비(5.26%) 황조롱이(3.62%) 힝둥새(2.9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다섯 종이 항공기와 충돌하는 새의 30%를 차지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7일 '항공기 충돌 조류(bird-strike)' 잔해를 유전자(DNA) 바코드로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공군 비행장 등 국내 공항 11곳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 350여건의 '조류 잔해'를 수거해 조사했다.

항공기와 충돌해 죽은 새들의 살점, 깃털, 혈흔 등에서 유전자를 추출한 결과 모두 116종의 새가 비행 중인 항공기와 충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DNA바코드 분석법은 짧은 유전자 단편을 이용해 생물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법이다. 동물의 털이나 작은 살점, 분변으로도 어떤 생물종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30%가 종다리, 멧비둘기, 제비, 황조롱이, 힝둥새였다. 수리부엉이와 솔개 등 멸종위기 7종도 낮은 빈도(3.3%, 10건)이지만 항공기와 충돌했다. 연구진은 공항 주변은 넓게 개방된 환경을 갖고 있고 새들이 살기에 적합한 초지나 습지가 많아 항공기 충돌 사고가 잦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충돌 빈도 1위를 기록한 종다리는 전국에서 연중 흔히 관찰되는 텃새다. 전체 항공기 충돌 조류 116종 가운데 국내 개체수가 가장 많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쳐 수원 일대 공군 비행장에서 포획한 종다리, 황조롱이 등 주요 항공기 충돌 조류 12종의 먹이를 분석한 결과, 먹이원이 곤충 73%, 식물 19% 달팽이류 3%, 어류 0.5%, 양서류 0.5%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항 안팎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곤충은 물론 종다리, 제비처럼 식물이나 곤충을 먹이로 삼는 조류를 이끄는 요인이 되며, 이는 다시 황조롱이와 같은 육식성 조류의 유입을 불러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향후 항공기 충돌 조류의 먹이 습성, 행동 특성 등 생태적 습성을 파악해 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에서 생물학적 조류 충돌 방지책 대안을 수립하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공항 내 먹이사슬에서 충돌 조류의 먹이가 되는 특정 식물을 조절해 최종 포식자인 새들의 서식도 줄이는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조류 충돌은 운행 중인 항공기와 새가 부딪히는 현상으로, 엔진 고장 등 기체손상을 유발해 항공 운행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적 손실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연간 12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92건이었던 항공기 조류 충돌은 2012년 160건, 2013년 136건, 2014년 234건, 2015년 28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각 공항에서는 소음이나 포획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조류 퇴치에 힘쓰고 있으나, 항공기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조류 200여 종을 비롯해 3000여 종의 동물에 대한 유전정보를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조류 유전정보는 항공기 충돌 조류 연구뿐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대응 방안 마련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