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반으로 자르면 죄가 성립할까. 횟집에선 무죄다. 마트에서 식용으로 구입한 생선을 부엌 도마 위에 놓고 잘라도 당연히 무죄다. 하지만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관상용이나 애완용으로 기르는 물고기에 그랬다면 ‘유죄’다.
AP통신은 26일 “코네티컷주에 거주하는 33세 남성 후안 베가가 자택에서 언쟁 중 화를 이기지 못하고 물고기를 반으로 자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0일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베가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죄목은 ‘평화침해’였다.
베가는 지난 4월 27일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동거녀와 말다툼을 벌였다. 집안의 물건을 부술 정도로 큰 싸움이었다. 베가는 이 과정에서 동거녀의 9세 아들이 기르던 물고기를 반으로 잘라 죽였다. 이 물고기는 버들붕어과인 베타 어종. 보편적으로 식용은 아니다.
동거녀의 아들은 이 물고기에 ‘투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정도로 물고기를 애지중지했다. 개나 고양이처럼 포유류는 아니지만 동거녀의 아들에게 이 물고기는 분명한 애완용, 또는 더 깊은 의미에서 반려동물이었다. 동거녀의 아들은 베가의 행위를 출동한 경찰관에게 고했다. 베가의 사건은 재판까지 넘겨졌다.
베가는 지난 25일 코네티컷주법원에 출석해 평화침해 혐의에 대한 유죄를 스스로 인정했다. 다만 ‘동물에 대한 잔혹행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과 유죄 인정 조건부 경감 협상을 벌인 결과였다. 반려동물에 대한 도살이 아닌 가내 구성원이 평화를 누릴 권리를 침해한 죄만 인정된 셈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아이가 베가의 행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고 말았다”며 평화침해죄의 성립을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베가에게 120일, 즉 4개월에 못 미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