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새 검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기를 2018년 3월에서 2년 뒤인 2020년 3월로 미뤘다. 박근혜정부에서 강행된 국정교과서를 둘러싸고 편향성과 오류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현장 적용을 유예하고 국정과 검정 중 원하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정교과서는 폐지됐지만, 새 검정교과서도 졸속 집필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새 검정교과서 적용 2년 연기는 ‘국정화’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계와 학교, 시도 교육청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각계에서 개정을 요구한 140여건의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분석한 결과, 학계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집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애초보다 2년 연기한 2020년 3월부터 새 검정교과서를 학교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집필기준은 국정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어서 지금 국민이 원하는 내용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연구 과정을 거쳐 새 검정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검정교과서가 국정화의 연장선에 있어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간 졸속 집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역사학계 학술대회와 토론회, 일선 시·도 교육청 등을 통해 받은 140여건의 요구에는 지난 1월 공개된 국정교과서 최종본에 실려 큰 논란이 일었던 부분들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박정희 유신 시대를 기술하면서 ‘독재’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점과 ‘친일파’라는 용어 대신 ‘친일 인사’ ‘친일 행위’로만 기술해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려한 부분이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 1930년 국내 독립운동 실태를 비롯해 독립운동사와 조선후기 경제발전, 자발적 근대화 등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한 것도 수정될 전망이다. 경제 문제를 서술하면서 ‘친재벌’ 논조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분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교육부는 세미나,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음달 초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개정하고 내년 1월을 목표로 검정교과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새 검정교과서 도입이 2년 미뤄지면서 당분간 학교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현행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역사교과서 폐지에 이은 검정역사교과서 개발, 적용 추진은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교육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 가장 기본”이라며 “역사교과서 관련 논란이 조속히 마무리 돼 학교 현장이 안정화되고 이런 노력이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