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여전히 견고”… 500대 기업 여성임원 불과 2.7%

입력 2017-07-26 19:52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심지어 조사대상 기업의 3곳 중 2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6일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석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개된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서 2016년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수는 406명으로 전체 임원의 2.7% 수준이었다. 2014년 2.3%(353명)에서 0.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은 69.6%에서 67.2%로 소폭 줄었다. 기업 내부에서 여성의 역할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더뎠다.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25점을 기록해 조사대상인 OECD 29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OECD 평균은 56점이었다. 통계청 자료인 ‘여성경제활동인구 및 참가율’에서 2009~2015년까지 여성경제활동 참여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5년 51.8%를 기록했으나 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여성 임원 확대로 연결되지 못한 셈이다. 

여가부는 “이 같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관리직 확대로 자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따라서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깨기 위해서는 성차별적인 제도와 관행 개선을 위한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해졌으나, 경력유지의 어려움, 차별과 편견 등으로 우리나라 여성 대표성 수준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역량을 갖춘 여성인재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여성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여성관리직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점진적으로 민간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미한 수치지만 여성임원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국내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건설업에서 여성임원의 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자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던 금융·보험업의 경우 오히려 여성임원 비율이 3.0%에서 2.7%으로 감소해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