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온 아들과 친구가 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머니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다녀오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친구가 있다. 외동 아들이었던 친구는 어머니께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덕분에 함께 어울리던 우리도 ‘내 아들 친구는 다 내 아들이야’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사랑을 받으며 컸다”고 말했다. 이어 “고교 졸업 후에도, 친구가 군대에 갔을 때도 적적하실 어머니 생각에 명절 때마다 찾아뵙고 인사드렸다. 결혼해 아이들을 낳은 뒤에도 빠지지 않고 세배드리러 가곤 했다. 어머니는 내 어머니나 다름없었다”고 적었다.
A씨는 “그랬던 어머니가 몇 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고 대장 절제 수술을 하셨다”면서 “여러 번의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순탄치 못한 삶을 살다보니 오랜 만에 어머니를 찾아뵙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3~4년 만에 찾아뵌 어머니는 오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새롭게 난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챙겨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에 가던 길, 어머니는 친아들 몰래 '나, 이제 장례준비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A씨는 함께 자란 친구들에게 “우리가 어머니 여행 보내드리자”고 연락을 했다. “다들 힘들게 사는 처지였지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창시절 어머니의 아들들로 자란 우리가 어머니께 마지막 선물을 해드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을왕리로 여행할 계획인데 꼭 한 번 가봐야 할 맛집이 있다면 맵지 않은 음식으로 추천 좀 부탁드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가 남긴 글에는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을왕리 인근 음식점 사장님들로부터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3일, A씨는 “단지 맛집 몇 군데 추천 받고자 글을 썼던 것뿐인데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실 줄은 정말 몰랐다”며 “어머니와 함께 한 을왕리 여행, 잘 다녀왔다”고 후기를 남겼다.
A씨는 “투병 중이신 어머니가 편히 누워 여행할 수 있게 승용차 중 가장 넓은 차를 임대해 친구와 어머니를 모시고 을왕리에 다녀왔다”면서 “왜 남자들은 어머니 손 한 번 따듯하게 잡아 드리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요?”라고 반문하며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해변에서 어머니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친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랑 좀 가깝게 서보라”는 A씨의 닥달에 어머니와 친아들은 함께 서서 사진을 찍었다. A씨는 “어색해보이지만, 친구는 이렇게 20여년 만에 어머니 어깨에 팔을 둘러 봤다”고 전했다.
A씨는 “이날 어머니는 중학교 때 가족여행 이후 20여년 만에 아들과 여행한 것이었다. 우리는 매년 친구들과 먹고 마시기 위해 늘 다니던 곳인데, 어머니는 육십 평생 처음으로 서해를 보셨다고 했다”면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아쉽지만 생각지 못한 일로 을왕리 여행을 마무리지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인데, 어머니가 차 뒷자석에서 누웠다 일어나실 때 담즙을 받으려고 배에 꽂아 놓은 호스가 많이 빠져서 어머니를 모시고 암센터로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약 1~2시간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응급실을 나온 어머니는 여행을 망친 것이 미안했던지 A씨와 아들에게 “우리 아들들 배고프겠다. 저녁 뭐 먹고 싶어? 저녁은 엄마가 쏠게”라고 말했다. A씨는 “자나 깨나 자식 생각, 자식 걱정만 하시는 어머니, 응급실에서 당신의 아픔보다 자식들 배고플까 걱정하셨을 어머니 생각에 또 한 번 마음이 짠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여행을 위해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했다. 그는 “선행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사장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어머니와의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