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치킨 시켜 죄송" 배달원에 음료 건넸더니…

입력 2017-07-26 09:54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린 지난 22일은 중복(中伏)이었다. 복달임을 겸해 치킨을 주문한 청년은 비를 맞으며 치킨을 가져다 준 배달원에게 작은 음료수 한 병을 권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치킨을 시켜 죄송합니다." 그리고 벌어진 일을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그가 올린 글에는 치킨집 주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첨부돼 있었다.

글은 ‘중복에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오늘 문자가 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글쓴이는 음료수 한 병이 낳은 '문자메시지 소통'의 경험을 전하며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글을 올린다. 작은 비타민 음료였는데 부끄럽다"고 적었다.

치킨집 주인이 청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며칠 전 비 오는 날 제 남편이 치킨을 배달하러 갔는데 친절히 음료수를 주셨다고요. 너무나 감사해서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남편이 뇌출혈로 식물인간이었다가 건강을 많이 회복해 치킨집을 하게 됐다"며 “배달 가면 말이 어눌하니까 ‘술 마신 사람’이라거나 ‘이상한 사람’이라는 전화가 걸려 오고 가끔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주신 음료수 한 병 덕분에 남편이 감동받아 용기가 난다고 하네요”라며 감사를 전했다.

청년도 문자로 답장을 했다. “비 오는 날에 배달시켜 너무 죄송해서 작은 음료수를 드렸다.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사장님께서 많이 건강해지셔서 정말 다행이다. 비 오는 날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9월 11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군대 간다는 말을 꺼내자 치킨집 주인은 “휴가 나오면 들러요. 시원한 맥주 한 잔 줄게요”라고 답했다. 이 게시물에는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댓글이 붙었다.

진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