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얼핏 복잡해 보여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서 발생한다. 범죄자 스스로 범행 수법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범죄 발생 분석을 해보면 범죄는 대개 일정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발생한 피해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한 방법과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여 보완해가야 한다.”(오윤성 ‘범죄는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 중)
최근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출간한 ‘범죄는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여성 대상 범죄 사건들을 분석, 나를 지켜내기 위한 예방법을 담았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파헤쳤다. 저자는 그동안 방송, 신문 등 각종 언론에서 범죄사건 분석 및 프로파일링을 통해 미제사건 해결을 도움을 주며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각종 범죄사건을 더 상세히 풀어간다.
지난해 전남 신안군 한 섬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저자는 사건과 범인이었던 남성 3명의 심리를 해부한다.
“가족과 떨어져 섬에 부임한 여교사는 그런 면에서 매우 취약한 존재였을 것이다. 나이도 어린 데다가 만일 성적으로 나쁜 소문이 돌면 철저하게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상대의 약점을 악용했다. 식당에서 만난 초임 여교사에게 우호적 분위기를 가장해 술을 권했고 술에 취한 여교사를 안전하게 데려다준다는 명목으로 관사에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더욱이 한 사람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 의한 집단 성폭행이었다. 이들은 서로 눈치를 봐가며 순차적으로 범행함으로써 서로의 약점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비밀을 유지하려고 했다.”(오윤성 ‘범죄는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 중)
여교사의 약점을 악용했고 남성 3명은 서로의 약점을 공유하면서 공범으로 비밀을 지킨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다양한 범죄 중 오직 여성 대상 범죄만을 다뤘다는 점이다. 침입범죄, 성폭행, 스토킹,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범죄 등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범죄를 분석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여성 대상 범죄의 예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의 전문성이 더욱 돋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