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경기도 광주시에서 광주경찰서 소속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당시 A(52)경위는 음주운전자로 의심되는 차량을 추적하기 위해 유턴을 시도하다 직진 신호를 받고 마주 오던 B(28)씨의 오토바이를 정면에서 들이받았다. 사건이 벌어진 뒤 경찰은 "100% 책임"을 인정하며 "걱정하지 말라, 치료에 집중하라"고 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1년2개월가량 지난 지금, 피해자 동생은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남깁니다"라며 당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제보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보내왔다. 피해자 동생 김영지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빠가 정신도 돌아오지 않고 누워있는 판국에 가해자 판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당시에는 가해자가 스스로 판결을 받길 바랐다"며 사건을 설명했다.
작년 5월17일 오후10시경 피해자 B(28)씨는 퇴근길 용인에서 광주 경찰서 방향 장지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직진 신호를 받고 가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경찰차 운전자 A(52)경위는 음주운전자로 의심되는 차량을 추적하던 중 도주로를 차단해달라는 지령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빠른 속도로 불법 유턴을 하던 경찰차가 정상신호로 직진해오는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는 사고로 뇌출혈에 어깨, 팔, 다리, 팔목 등의 심한 골절상을 입어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김영지씨는 "오빠는 지금 혼자 앉거나 서지도 못하고 밥도 혼자 먹지 못해요"라며 "재활이 너무 오래 걸리네요. 1년 넘게 병원에 있어서 사회성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피해자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저희는 보상이 우선이 아니라 그 사람이 버젓이 일을 하고 있는 것에 화가 납니다"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광주 경찰서 계장과 팀장은 응급실로 찾아와 "블랙박스 확보 및 모든 잘못의 100% 인정"을 언급하며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 후 이들의 말은 달라졌다. 계장과 팀장은 두 번째 방문에 "5월5일부터 5월17일(사건당일) 블랙박스가 고장 났다"고 말했다. 그 후에 광주경찰서의 서장, 과장, 계장, 팀장이 모두 찾아와 "블랙박스의 고장으로 과학수사대에 의뢰해서 고장난 것이 맞는지 속임 없이 정직하게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
김씨는 "사고난 경찰차량도 피해자 측 확인 전까진 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지만 3일만에 수리해버렸다"고 했다. 또한 사건 다음날 사고현장을 보러 갔지만 도착해보니 피해자 측 확인 없이 사고현장이 깨끗하게 수습돼 있었다. 피해자의 헬멧 역시 경찰이 필요하다고 해 건네줬지만 아직까지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사건 시간도 잘못 기록돼 있었다. 경찰 측은 10시50분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소방대원의 신고 접수 시간은 10시50분, 출동시간은 57분으로 접수돼있다. 피해자는 "그렇기 때문에 경찰 측의 말이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씨는 "음주의심차량 때문에 출동 중이라고 했는데 어디서부터 출발한 건지도 알려주지 않아요"라며 "CCTV나 블랙박스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영지씨는 이어 "가해자는 잘못의 뉘우침이나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저와 어머니, 오빠 모두 아직까지 가해자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빠가 의식불명이었을 때 딱 한 번 아버지만 (가해자 얼굴을) 보셨습니다. 1년도 더 된 일이네요"라며 "가해자는 지난 일이지만 저희는 진행형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일도 못하고 병간호에 매진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세금을 받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말해봅니다"라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양심도 없는 그런 사람이 이 나라의 공무원이라는 게 너무 소름 끼친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는 가지고 있는 증거도 없고 말을 계속 번복해 정말 업무 중에 사고가 난 건지, 사고 수습과 여러 가지 증거물을 왜 보여주지 않는 건지, 경찰차의 블랙박스 확인을 시켜주지 않는 점 등이 너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증거를 보여주고 그에 합당한 죄를 받길 원해요"라는 피해자의 동생은 "경기 광주경찰서 사고라 다른 경찰 쪽에서 일처리를 해준다고 했는데 그 가해자 옆에 앉은 같은 경찰서 사람이 일 처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언론에 "현재 사고조사 중이라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경찰은 A경위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경위는 현재 정상 근무 중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