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등 주요 재판의 선고공판을 TV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됐다. 국민적 관심이 많은 재판은 중계방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대법원은 25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2심 주요 사건의 선고공판에 대한 중계방송을 허용했다. 온 국민이 재판 과정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규칙 개정으로 최종심뿐 아니라 1·2심에서도 중요 사건의 판결 선고를 실시간 중계할 수 있게 돼 국민의 알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규칙은 재판장 허가에 따라 촬영이 가능하다고 규정하면서 그 범위를 공판 또는 변론 개시 전으로 한정했다. 즉 재판 진행 과정은 촬영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첫 공판 때도 재판이 시작되기 전 촬영기자들이 법정에 들어가 촬영한 뒤 퇴장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 규칙이 재판 심리와 판결을 공개한다는 헌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법원은 다만 개정 규칙에서 중계방송이 가능한 재판을 선고공판으로 제한했다. 또 재판장이 선고공판을 중계방송하도록 허용하더라도 피고인의 모습은 촬영하지 않고 재판부만 찍도록 할 수 있다. 피고인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 동의가 없을 경우에는 중계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가령 연예인에 대한 형사사건 등은 중계방송 대상이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개정 규칙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때문에 27일로 예정돼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공판은 중계방송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 중순이나 하순에 선고될 예정인 이 부회장 재판이나, 10월쯤 선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의 선고공판은 중계된다.
앞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5~9일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1·2심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13명 가운데 약 68%(687명)가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 일부·전부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