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트레일러 생존자 "숨구멍 하나에 모두가 달려들었다"

입력 2017-07-25 10:36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경찰들이 23일 샌안토니오 월마트 주차장에서 8명이 숨진 채 발견된 대형 트레일러가 주차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트레일러 밀입국 참사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트럭운전사에 대한 연방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생존자들의 증언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22일 밤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고속도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발견된 트레일러 안에 있던 90명이 넘는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트레일러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차에 탄지 얼마 안돼 차 안은 오븐처럼 달아올랐고 이내 차 안은 신음소리와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차 벽에 뚫려있는 구멍 한 개에 대고 돌아가며 숨을 쉬었다. 이들은 차 벽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운전사에게 상황을 알리려 고함을 질렀지만 이내 하나 둘씩 정신을 잃어갔다.

운전사가 2시간쯤 뒤에 차를 샌안토니오 월마트 주차장에 멈추고 문을 열었을 때 이미 8명은 숨져있었고 다른 2명이 곧 뒤따라 숨졌다. 운전기사 제임스 매튜 브래들리 주이어는 24일 10명에 대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최고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생존자 에이단 랠라베가스는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사람들은 모두 울부짖으며 물을 달라고 외쳤다. 나도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절망에 빠져갔다. 그때 쯤 나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는 "차에 타기 전에 앞으로 탈 차가 널찍하고 냉방이 된 차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22일 밤 이 트럭에 탔을 때 차 안은 더웠고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너무 캄캄해서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에 타기 전에 약 700달러, 도착한 뒤에 5500달러를 주기로 하고 차에 탔다. 국경을 넘은 뒤 하루를 걸어서 트럭이 있는 곳까지 왔다"고 진술했다.

트레일러 운전사 브래들리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불법 이민을 시행한 혐의와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트레일러 안에서 8명의 사망자와 부상자 30명을 발견했다. 2명이 병원에서 추가로 사망해 사망자는 모두 1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심한 탈수증과 심장 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과 미 연방이민국은 이번 참극을 불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미 국토안보부와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